[틴틴 경제학] 국민총소득(GNI)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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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외환위기 때 모두 큰 고생을 했어요. 부모님의 월급봉투가 얄팍해졌고,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은 더 많이 줄어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었지요.

예를 들어 한국이 자동차만 수출해 원유를 수입하는 단순한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고 가정해 봐요. 한국이 지금까지 자동차 80만대를 수출해 벌어들인 50억달러로 원유 1백만배럴을 구할 수 있었다고 칩시다.

그런데 원유값이 갑자기 두 배로 오른다면 한국은 자동차를 판 돈(50억달러)으로 50만배럴의 원유밖에 사지 못해요. 이처럼 한 나라가 해외 시장에서 실제로 물건을 살 수 있는 능력을 국민총소득(Gross National Income:GNI)이라고 합니다.

한국이 자동차를 생산한 금액, 즉 국내총생산(GDP)은 똑같은 50억달러지만 원유값이 두배로 오른 뒤 해외 시장에서 상품을 살 수 있는 구매력, 즉 GNI는 절반(25억달러)으로 줄어듭니다. GNI는 이처럼 나라간의 교역조건을 생각하기 때문에 각 나라의 소득이 얼마인지 비교할 때 자주 쓰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GNI는 9천6백28달러로 세계 36위였습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우리나라 1인당 GNI는 6천7백42달러로 세계 51위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경기가 침체해 GDP가 줄어든 데다 원화가치마저 떨어져 달러로 수입품을 살 수 있는 GNI가 훨씬 더 줄어들었기 때문이죠.

이처럼 수출품에 비해 수입품의 가격이 오르고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GNI는 줄어듭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GDP는 8.8% 증가했지만 GNI는 2.2%만 늘었어요. 생산이 활발해 돈을 많이 벌었지만 국제 유가 등 수입 원자재 값이 가파르게 올라 외국 상품을 살 수 있는 실제 소득은 훨씬 덜 늘어난 셈입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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