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감옥이 베트남보다 낫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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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홍콩에 밀입국하려다 붙잡혀 교도소에 들어간 베트남의 20대 남성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홍콩의 감옥에서 받는 돈이 베트남에서 일해 버는 액수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홍콩의 구역(區域)법원은 27일 베트남인 반 히엔 응우옌(21)에게 불법 입국.무기 소지 혐의로 21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그는 지난해 7월 단체관광객으로 중국에 간 뒤 홍콩행 트럭 밑에 숨어 국경을 넘다 체포됐다. 당시 AK소총 탄알 2개와 흉기를 소지한 것으로 드러나 반(反)테러 활동에 나선 경찰을 긴장시켰다.

응우옌은 "총알과 흉기를 가져온 것은 혹시 붙잡히면 베트남으로 그냥 추방되지 않고 홍콩 감옥에 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입감되면 의식주를 해결하고 월 400홍콩달러(약 6만원)의 수입까지 생긴다는 말을 고향 사람에게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홍콩에서 일자리를 찾으려 했는데 그냥 돌아가면 밀입국 비용(22만5000원)을 빚지게 된다"며 "제발 형기를 길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법관과 변호사가 망연자실했음은 물론이다.

그의 계산법은 간단했다. 베트남에서 어렵게 일자리를 잡아도 월 1만5000원밖에 못 번다. 하지만 홍콩 감옥에서 받는 돈은 그 네배가 된다.

홍콩 법원은 "범죄 의사가 없다"며 짧지도 길지도 않게 21개월 형을 선고했다. 응우옌이 이 기간에 받을 돈은 8400홍콩달러. 밀입국 비용을 빼고도 6900홍콩달러가 떨어진다.

홍콩에선 최근 두 달간 '감옥행도 좋다'는 베트남 남자 3명이 밀입국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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