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군용기충돌 '냉기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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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1일 발생한 미국과 중국 공군기의 '공중 충돌' 사고는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관계가 급랭하고 있는 가운데 터진 것이어서 전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중 관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욱 악화되고 신냉전(新冷戰)구도가 본격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일로 부시 행정부가 현실주의 외교에 눈을 떠 중국과의 대화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어 이래저래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 미.중 관계의 시험대〓이번 충돌 사고는 미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최초로 발생한 미.중간의 구체적인 군사 갈등이다. 현재 EP-3 정찰기와 승무원 24명이 중국에 억류돼 있기 때문에 부시 행정부로선 하루 빨리 승무원들과 비행기 동체를 되돌려 받아야 한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중국은 사이가 크게 틀어져 있어 협상이 순탄할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은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중국은 중국계 미국 대학 교수를 간첩혐의로 억류하는 등 갈등의 연속이다.

미국의 중국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1999년 코소보 공습 당시 중국대사관 오폭사고 때와 같은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당시 중국에선 연일 반미 시위가 벌어졌고 미국은 수세에 몰려 중국에 질질 끌려다녔다.

그러나 중국 정부 역시 미국과의 갈등보다는 화해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입장에선 최우선 국가과제인 세계무역기구(WTO)가입과 2008년 올림픽 유치 등에 있어 미국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 정보기술 유출 논란〓미국 내에선 이번 사고가 음모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첨단 감시장비 실태를 알기 위해 일부러 충돌사고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물론 신빙성은 약하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측에 넘어간 EP-3정찰기의 내부 구조가 공개되는 걸 그만큼 두려워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를 입증하듯 미국은 "EP-3는 어느 나라도 이 비행기에 탑승하거나 압수할 수 없는 미국 영토" 라며 정찰기를 되돌려 받기 위해 외교 경로를 총동원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일 EP-3기의 가격이 약 1억달러(1천3백억원)이상이며 온갖 첨단장비를 갖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만일 중국측이 이 비행기의 내부 구조를 샅샅이 분해하고 조사한다면 적지 않은 기술과 정보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만일 이 비행기가 중국 본토에 대한 감청까지 했던 것으로 확인될 경우 중국측은 그에 대한 공세도 펼 것으로 보인다.

홍콩〓진세근 특파원,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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