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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받지 못한 박근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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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1일 청와대는 ‘덴마크의 날’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방한한 라르스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와 정상회담·공동기자회견을 한 데 이어 저녁엔 국빈만찬을 베풀었다. 덴마크는 지난해 9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 대통령의 특사로 방문했던 나라다. 박 전 대표는 당시 헝가리·오스트리아·덴마크·벨기에를 방문했다. 지난해 12월 1일 서울을 방문한 라슬로 쇼욤 헝가리 대통령을 위해 청와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는 박 전 대표가 참석했다. 헝가리 특사 자격으로 만찬장에 초대받은 것이다.

2008년 초 ‘이명박 당선인’ 특사로 중국을 방문했던 박 전 대표는 그해 8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했을 때 열린 국빈만찬에도 참석했다. 박 전 대표가 특사로 방문한 나라의 정상이 한국에 왔을 때 박 전 대표는 어김없이 청와대 만찬에 초대를 받은 셈이다. 하지만 11일의 만찬엔 박 전 대표는 초대받지 않았다. 지난해 특사로 방문했던 덴마크에서 박 전 대표가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을 만나 융숭한 대접을 받았고, 라스무센 총리에게 이 대통령의 친서까지 전달했음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여러 가지로 서로 어색할 테고, (또 만나면) 난처한 상황이 연출될 텐데 초청하는 게 오히려 결례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세종시 문제가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만난다면 양쪽에 모두 부담이 될 수 있어 초청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박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덴마크 국빈만찬과 관련해 청와대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이명박 대통령 특사로 헝가리·덴마크오스트리아벨기에를 다녀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그해 12월 방한한 라슬로 쇼욤 헝가리 대통령을 위해 열린 청와대 만찬에 초대를 받았었다(사진 위). 그러나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라르스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를 위한 국빈만찬에는 초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대통령, 김윤옥 여사와 라스무센 총리 내외가 건배를 하고 있다(아래). [조문규 기자], [중앙포토]

◆박근혜, 태안 피해주민 자살에 충격=‘끝장 토론’ 등 세종시 문제로 당이 한창 시끄럽던 지난달 말 박근혜 전 대표의 전화를 받은 비서실장 출신 유정복 의원은 적잖이 당황했다. 박 전 대표가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피해 관련 주민단체 위원장으로 활동하던 성모씨가 지난달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을 얘기하며 “어떻게 이런 일이 있느냐”며 매우 안타까워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유 의원에게 “정부나 정치권이 어떻게 이런 문제에 무관심할 수가 있느냐. 어떤 대책이 가능한지 검토해 보라”고 주문했다 한다. 박 전 대표는 2008년 1월 미니홈피 누적 방문자 700만 명 돌파 기념행사로 지지자들과 태안에서 봉사활동을 펼칠 만큼 이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글=서승욱·이가영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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