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교육 4반세기] 3. 획일화 교육 탈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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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획일적인 평준화 교육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 맞춤형 교육을 찾아 탈출하고 있다. 대학부설 교육기관 또는 사설학원 형태의 특별교실을 찾거나 여건이 좋은 해외로 유학을 떠나는 것이다. 검정고시 자원사례도 많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사설 특별교육기관. 학교수업을 마친 초등학생 60여명이 7~8명 단위로 토론학습을 하고 있다. 주제는 '우주 여행은 어떻게 할까' 다.

단위별로 토론과 함께 로켓 발사원리를 직접 실험한다. 尹모(11)군은 "학교에서는 책으로만 배우는데 직접 실험도 하니 훨씬 이해하기 쉽다" 고 말했다.

지난 2월 학급별로 30명씩 6개 반을 모집한 중학생 대상 서울대 과학영재교육센터는 학교별 교장추천 인원을 제한했는 데도 1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학부모들은 "평준화 체제에서 획일적인 교육을 강요하는 기존 학교와 달리 수준별로 실험과 토론 위주의 교육을 하기 때문" 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같은 대학부설 과학교육센터는 전국 13곳에 수용 인원은 2천여명. 지원자들이 몰려 곳곳에서 마찰이 빚어진다.

서울교대 부설 교육센터는 최근 홈페이지 게시판을 폐쇄했다. 1차 전형에서 학교장 추천을 받도록 제한하자 '왜 응시기회도 안주느냐' 는 항의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센터측은 "지난해 50명을 모집한 모대학 교육센터에 1천5백명이나 몰려 학교가 상대적으로 작은 우리로서는 자격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 고 설명했다.

대학의 학과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길을 뚫은 경우도 있다. 1999년 서울 C초등학교를 5학년까지 다니다 그만둔 金모(13)군은 2년간의 방황 끝에 지난해부터 S대 수학과에서 강의를 듣고 있다. 金군은 당시 "교실이 싫다" 며 등교를 거부했다.

학교 통지표엔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사회성이 부족함' 이라고 적혀 있다. 부모들은 보다 못해 '맞춤 교육' 을 찾아나섰고, 이런 사정을 들은 대학 교수들은 미적분학 테스트를 거쳐 金군을 청강생으로 받았다. 이 대학 崔모(48)교수는 "열심히 하며, 진척도도 높다" 고 말했다.

高모(13)군은 지난해 초등학교를 마치고 현재 고졸 검정고시를 위해 학원에 다닌다. 高군은 "지루하고 답답한 중.고교를 다니느니 검정고시를 통해 속성으로 대학에 입학해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싶다" 고 말했다.

검정고시 전문인 고려학원의 경우 전체 고졸 검정고시생의 10%가 속성으로 중학교나 고교를 마치려는 학생들이다. 지난해 서울지역 고졸 검정고시 합격자 1천9백95명 중 중.고교 과정을 건너뛰어 합격한 학생은 모두 6백22명(31%)이나 된다.

해외에서의 '맞춤 교육' 을 위해 아예 한국을 떠나는 학생도 있다. 嚴모(18)군은 언어.수학쪽으로 재능이 뛰어났으나 부모들이 재능을 키워줄 곳을 찾지 못해 98년 캐나다에 있는 친척 집에 아이를 보낸 경우다.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총 이민자에서 초.중.고교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95년 30.2%에서 98년 49.9%, 99년 43.3%로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99년의 경우 5천7백9명이 이민을 통해 해외로 떠났다.

강홍준.이후남.구희령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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