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로 유학 간 소년 "튄다며 따돌렸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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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徐모(11)군은 캐나다 밴쿠버의 J초등학교 6학년이다. 1년치 학비 1만1천 캐나다달러(한화 9백20여만원)를 비롯, 생활비까지 매달 1백만원씩 송금하느라 徐군의 부모는 넉넉지 않은 살림에 빚까지 졌다.

"학교가 재미있다" 는 아들의 편지가 유일한 위안이다.

부모의 고통은 徐군이 두 돌도 되기 전에 말과 글을 익히고, 책을 읽으면서 시작됐다. 쏟아지는 질문에 답이 막혀 아예 백과사전을 사줬다. 다섯 살 때는 버스를 타고 가다 "이게 하이드로 플레이닝(빗길을 고속으로 달릴 때 미끄러지는 것)현상이지?" 하고 묻는 데 기가 막혔다.

徐군은 초등학교 입학 전 이미 각종 도서를 3천여권이나 읽었다. 빠듯한 살림에 월 평균 30만원에 달하는 책값을 마련하느라 徐군의 어머니(38)는 외판원으로 나섰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대학 부설 과학영재교육센터에서 '언어 영재' 판정을 받았다. 센터의 교육과정은 과학분야 중심이었지만 徐군은 "그래도 학교보다 재미있었다" 고 말한다. 공부에 대한 갈증은 한 달에 30만원어치의 영어 학습지를 푸는 것으로도 모자랐다.

학교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5학년 초 새 담임교사가 "혼자 튀는 것은 좋지 않다" 고 수업시간에 발표하는 것을 제한했다. 徐군의 아버지(40)는 "교사가 더불어 사는 삶을 강조한 것이지만 아이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고 말했다.

徐군은 캐나다로 이주한 한 목사의 권유로 지난해 9월 그곳 초등학교 5학년에 편입했다. 한 학기만에 영어와 프랑스어에서 동시에 A학점을 받았다. 徐군은 "20명이 수업하지만 실력에 맞춰 각자 다른 공부를 할 수 있다" 고 말했다.

문제는 초등학교 졸업 후. 徐군의 부모는 "한국의 중학교 체제에서는 적응하지 못할 것 같고, 유학은 형편상 어려워 걱정" 이라고 말했다.

구희령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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