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산 SW를 살리려면

1999년에 이어 이번에도 대규모의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단속이 정부의 주도아래 이뤄지고 있다. 아마도 이번의 경우는 그 규모나 강도 면에서 전례가 없는 것 같다.

단속이 심화하면서 단속의 본질보다 단속의 전술적 측면이 강조돼 왜 하필 우리만 단속하느냐는 볼멘소리가 신문지상을 통해 소개되는가 하면, 외국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고기가 물을 만난 듯 가격을 기습적으로 인상하는 민첩함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의미있는 불법複製 단속

우리나라가 지식사회가 되겠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고 또 그것이 국민적 합의사항이라면 지적 재산의 불법사용 문제는 국가의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차원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임에 틀림없다. 불법단속이 시행되면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매출이 증가한다는 사실만 봐도 얼마나 많은 지적 재산이 버젓이 도용당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어떤 이들은 몇 개 회사의 매출을 올려주려고 정부가 나서느냐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이것은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받아야 할 정당한 대가를 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단속 때문에 회사가 망한다고 야단들이다.

소프트웨어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생산 장비일 수 있다. 제품 생산을 위한 기본적인 장비의 구매 비용도 지불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품이 생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되씹어 볼 일이다.

인식을 떠나 문제는 소프트웨어가 비싸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불법사용의 대부분은 외국산 제품이라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외국 소프트웨어 회사의 매출급증이 배가 아프기도 하고 못마땅하기도 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렇게 불법사용을 통해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득이 될 것인가? 미국은 특허 라이선스 수입이 90년 1백50억달러에 불과하던 것이 98년에는 1천억달러를 달성했고 2003년에는 5천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으로도 지식강국들이 소프트웨어 등 지적 재산으로 전세계로부터 거둬들이는 돈은 천문학적일 것이고 이러한 추세는 더욱 심화할 것이다.

이러한 편차를 줄이기 위한 방법은 오직 하나, 우리의 지적 재산을 키우는 길밖에는 없다. 그렇게 하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공법을 써야 한다. 시장이 형성되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돈을 벌려는 사람은 모이게 돼 있다. 시장이 있으면 싸워볼 만하다.

해외 기업은 꼭 한국에서 안 팔아도 먹고 살 수 있지만 국내 기업은 기본적으로 내수시장이 형성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 게임산업이 급격히 커가는 것은 바로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단속 때문에 해외로 나가는 비용은 일시적이거나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이 성장해 외국산 제품을 대체하고 해외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우리의 해외 의존도는 줄어들 것이고 오히려 글로벌 시장에서 외화를 거둬들이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다.

조금은 질이 떨어지고 경쟁력이 약한 제품일지라도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활성화와 육성을 위해, 또 미래에 더 많은 비용을 치르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의 것을 선택해주고 아껴줘야 한다.

이는 결코 애국심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외국제품을 능가하는 국산제품이 없어 할 수 없이 외제를 선택해야 하는 씁쓸함을 다시는 겪지 말자는 것이다. 기업이 끊임없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재투자를 해야 한다. 재투자는 시장이 확보돼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선순환이 우리나라 모든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식이 되었을 때 진정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은 우리의 기간산업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경쟁제품 만들기 주력을

미국에서는 40만원이 넘고 중국.일본에서 20만원 정도 하는 MS워드가 우리나라에선 2만원밖에 안하는 이유는 바로 '아래아한글' 이라는 경쟁제품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대체 소프트웨어, 아니 경쟁력을 갖춘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내느냐가 바로 우리의 외화 낭비를 줄이고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다. 불법복제 단속은 지식강국으로서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역사적 의미가 있음을 우리 모두는 알아야 할 것이다.

전하진 <한글과컴퓨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