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중이 발전 걸림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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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우리 나라 인구의 46%가 몰려 사는 수도권지역의 과밀 현상을 해소하고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을 꾀할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그 해법을 찾기 위해 28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는 영호남 시.도지사 협력회의(의장 安相英 부산시장)주최로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머리를 맞댔다.

'21세기 국가발전전략과 국토균형발전' 을 주제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은 ▶공공기관의 지방이양▶광역권별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심화하는 수도권 집중을 해결하지 못하면 21세기 국가 경쟁력 향상에 큰 장애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

◇ 불균형 실태〓광주.전남발전연구원 이건철 연구실장은 '수도권의 블랙홀 현상' , 부산발전연구원 임정덕 원장은 '서울 오아시스, 나머지는 사막' 이란 표현으로 기형적인 수도권 집중 현상을 꼬집었다.

李실장은 "공공기관과 기업체.교육기관 등이 중앙에 집중된 탓에 수도권 인구가 2011년에는 전체 인구의 51%(2천4백40여만명)를 넘어설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은 수도권 인구가 32%, 프랑스는 18%에 불과하다.

그는 정부의 수도권 집중 억제 정책이 겉돌아 ▶공공기관의 84%▶은행예금과 대출액의 65%▶벤처기업의 77%▶정보통신 생산액의 98%가 수도권에 몰려 균형발전을 가로막고 지역간 대립.갈등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원장은 열악한 지방 금융실태를 사막에 빗댔다. 그는 "중앙 중심의 금융정책 때문에 97년 외환위기 이후 부산.대구.전북은행 등 세개의 지방은행만이 명맥을 유지할 정도로 지방 금융시장이 사막화했다" 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수도권에서는 환경오염.마구잡이 개발 문제가 심각하고 지방에선 기회 결핍으로 인한 좌절만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 대안〓▶수도권 중심 행정의 지방 분산화▶각종 권한.책임의 분권화▶지역별 산업.기술 혁신화 등 세 가지가 주요 대안으로 나왔다.

李실장은 지역간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선 대구~부산~광주를 잇는 '동서화합형 삼각벨트' 와 광주~대구~대전을 연결하는 '첨단 산업 삼각벨트' 조성을 제안했다. 광역권별로 첨단.신발.영상.바이오 산업 등을 집중 육성하면 지방 인력을 흡수할 수 있고 지자체들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프랑스와 일본처럼 지역별 발전 잠재력과 여건을 재평가해 투자하는 '지역계획제' 도입과 자율적인 지방세 개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정업무의 지방 이양 방법도 다양하게 나왔다.

임원장은 수도를 대전이나 그 인근 도시로, 행정부처와 국회는 비 수도권으로 옮겨 정치와 행정의 중추 기능을 서울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이색 주장을 내놨다. 그 예비단계로 중앙정부는 각종 법률과 제도를 입안.관리하는 권한과 책임만 지고 산업.경제와 관련된 권한은 지방에 넘기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행정자치부 이경옥 지방자치팀장은 "현재 25% 정도인 지방사무 이양 비율을 2003년까지 30%로 늘리겠다" 고 말했다.

이밖에 대구시 김기옥 행정부시장은 단체장 정당공천제를 폐지해 실질적인 권한을 지자체에 넘길 것을, 국민대 김병준(행정학)교수는 지방이양추진위원회의 기능과 심의절차를 손질해 업무 이양을 가속화할 것을 제안했다.

음성직 중앙일보 전문위원은 지방도시에 산업 입지.교육.의료 혜택을 더 주는 등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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