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처리 "길게보면 호재" 전망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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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현대건설의 자본잠식 및 출자전환 추진과 관련, 현대건설 주가가 이틀 연속 가격 제한폭까지 떨어져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결과 다른 건설주와 관련 은행주가 대부분 내림세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현대건설 등 한계기업 처리를 통한 기업 구조조정이야말로 경제난 극복을 위한 최선책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부담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호재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 건설주.은행주 약세〓28일 거래소 시장에서 현대건설은 전일에 이어 보통주와 우선주 모두 하한가를 기록하며 각각 1천50원.8백2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대우건설도 가격 제한폭까지 떨어지는 등 건설주 대부분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밖에도 현대건설 주채권 은행인 외환은행도 10%가 떨어졌고 주택은행도 5% 가까운 내림세를 보이는 등 은행주도 덩달아 내림세로 돌아섰다. 건설업종은 이날 3.57%나 떨어져 전업종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고 은행주는 전일에 비해 2.02%나 하락했다.

김지영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현대건설의 영향에다 나스닥 선물시장마저 약세를 보이면서 건설.은행.금융업종의 내림세가 두드러졌다" 며 "현대건설의 재무구조가 예상보다 취약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당분간 건설업종은 약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 으로 내다봤다.

◇ 한계기업 처리, 단기적 부담 장기적 호재〓그러나 시장에선 한계기업에 대한 신속한 처리를 반기는 분위기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생존 가능한 기업은 적극 지원하고 경쟁력 없는 기업은 퇴출시키겠다는 원칙을 정해놓고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해왔지만 이제까지 생존기업 지원에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오히려 주식시장에 부담이 돼 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이영원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현대건설에 대한 출자전환 방침은 단기적으로 시장에 부담이 되겠지만 이번 기회를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기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이라며 "다른 한계기업들도 과감히 부실을 드러낸 뒤 정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전상필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초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에 유동성 위기를 자초했다" 며 "경쟁력 없는 기업을 조속히 정리하고 부실의 고리를 끊는다면 퇴출로 인한 금융시장의 단기충격은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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