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중석여사, 정주영회장 별세 아직 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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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주영(鄭周永)전 명예회장이 숨을 거둔 중앙병원에는 부인 변중석(邊仲錫.79.사진)여사가 1990년 입원해 12년째 투병 중이다. 평소 지병인 심장병.고혈압에다 뇌세포의 특정 부위가 파괴되면서 운동 장애는 물론 기억력 상실, 사고능력의 마비로까지 이어지는 희귀한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邊여사가 아직 남편의 사망 소식을 모르고 있다고 전했다. 邊여사의 건강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가족들이 일부러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강원도 통천군 송전면의 면장집 딸로 태어나 38년 鄭전명예회장과 결혼한 邊여사는 재벌가의 안주인에 어울리지 않게 검소하게 생활하며 조용히 내조를 해왔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6.25 직후 鄭전명예회장이 사준 낡은 재봉틀 한대와 장독대의 장항아리 정도를 재산의 전부라고 여겼고, 화장한 얼굴로 외출한 것이 손가락에 꼽힐 정도라고 한다.

鄭전명예회장은 자서전 『이 땅에 태어나서』에서 邊여사를 "나처럼 농촌에서 자란 사람이고, 열여섯 살에 강원도 시골에서 내게 시집와 평생을 살면서 변함없이 똑같았던 사람" 이라고 회고했다.

邊여사는 남들이 큰 부자라고 해도 정작 본인은 부자라는 의식이 전혀 없었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승용차 대신 택시를 타고 도매 시장에 가서 채소나 잡화를 사서 용달차에 싣고는 그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는가 하면, 집에서는 언제나 통바지 같은 걸 입고 있어서 손님이 오면 邊여사인 줄 모르고 으레 주인 아주머니를 따로 찾곤 했다는 것이다.

鄭전명예회장은 생전에 자주 중앙병원에 들러 병중인 邊여사를 돌봤다. 며느리들도 시골 아낙네 같은 넉넉한 마음으로 내리 사랑을 보여온 시어머니의 병수발을 정성껏 해오고 있다고 병원 관계자는 전했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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