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의 잿더미에서 국가를 일으킬 기간산업으로 경마를 부흥시켰다. 건전한 레저 문화로 계도하면서 19세기 초 겪었던 부작용도 크게 없어졌다. 일왕(일본에서 사는 천황)도 경마장을 자주 찾고, 역대 총리들도 부부동반으로 해마다 한두 차례 찾을 정도로 격이 높아졌다. 가족 단위의 경마 팬도 크게 늘어나 내장객의 10%에 이르고 있다. 매년 9월 23일은 ‘애마의 날’로 제정돼 전국적으로 말 타기, 말 행진, 말 축제 등의 행사가 열린다.
경마장은 홋카이도(北海道)부터 규슈(九州)까지 전국에 10개가 운영되고 있다. 말과 기수들은 평소에는 일본 동쪽과 서쪽에 한곳씩 설치된 경주마훈련센터에서 지내다가 주말에는 경마가 열리는 지역으로 이동한다. TV 모니터로 경마를 중개하는 장외 경마장도 전국에 38개가 설치돼 있다.
일본 경마도 초창기엔 도박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국가 기간산업으로 육성되면서 국민에게 사랑을 받는 레저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상단 작은 사진은 2007년 당시 아베 신조 총리와 부인 아베 아키에 여사가 경마장을 찾아 즐거워하는 모습. [일본중앙경마회 제공]
한 해 생산되는 경마용 말은 7000~8000 마리에 달한다. 전량 국내 생산이다. 국가 차원에서 경주마 생산을 지원하면서 일본산 경주마를 ‘두바이 월드컵’ 등 세계 유명대회에 출전시키는 등 세계 경주마 생산 시장 석권을 노리고 있다. 말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경주마종합연구소도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고 있다. 경마평론가 단게 히데오(丹下日出夫)는 “경마는 국민 여가 생활과 고용 창출은 물론 주변 산업에 대한 파급 효과도 막대하다”고 말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