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무딘 칼날의 명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제9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16강전
[제1보 (1~21)]
黑.이세돌 9단 白.후야오위 7단

후야오위(胡耀宇). 상하이 출신의 22세 청년이다. 5년 전 중국 신인왕전에서 우승하며 '10소호(小虎)'의 한명으로 떠오르더니 곧 구리(古力).쿵제(孔杰)와 함께 '삼총사'로 불리게 됐다. 한국 바둑을 제압하고 중국 바둑을 세계 정상으로 끌어올려 줄 삼총사.

후야오위는 중국이 두려워하고 존경해 마지않는 이창호9단과 2승2패다. 삼성화재배에선 2전 전승이다. 두텁고 느린 기풍 탓에 '둔도(鈍刀.무딘 칼)'란 별명을 갖고 있는데 그가 2년 전 처음 이창호를 꺾자 중국은 "돌부처는 날카로운 칼로는 어림없다. 돌부처를 쓰러뜨리기엔 둔도가 역시 제격"이라고 환호했다.

2년 전 둔도는 농심배에서 5연승을 달리며 명검 소리를 들었다. 지난해 삼성화재배 준결승에서 노장 조치훈9단에게 역전패하며 한풀 꺾인 듯 싶었으나 이번 삼성화재배 1회전에서 다시금 이창호에게 뼈아픈 패배를 안겨줬다.

그 후야오위가 승리의 기쁨을 맛볼 틈도 없이 곧바로 이세돌9단이란 강적과 만났다. 첩첩산중이다. 대진운으론 최악이다. 날카로움의 극치라 할 이세돌과 무딘 칼날의 후야오위. 지난해 이 대회 8강전에서 이세돌은 처음 만난 후야오위에게 일격을 당했다. 설욕을 다짐하는 이세돌의 눈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뻗어나오고 있었다.

첫수에 1분30초. 이후 이세돌은 19에서 5분여를 생각했을 뿐 거의 노타임으로 두고 있다.

반면 후야오위는 안경 너머로 차분히 판을 살피며 매수 조금씩 뜸을 들인다.

A에 받지 않은 19는 B의 침공과 함께 실전처럼 21로 파고드는 수를 엿보고 있다. 그렇지만 우변도 큰 곳이어서 후야오위는 7분을 숙고한 끝에 20으로 벌려 둔다. 21부터 실리적인 이세돌 특유의 접전이 시작됐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