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또 산불 확산… 전국 15곳 연쇄 발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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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9일째 전국에 건조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20일 강원도 강릉과 삼척, 경북 포항과 대구시 팔공산 등 곳곳에서 산불이 잇따라 한 명이 숨지고 임야 수십 ㏊가 불탔다. 화재지역 주민과 공무원, 그리고 군병력 등이 헬기를 비롯한 각종 소방장비를 동원해 진화에 안간힘을 썼으나 초속 10m 이상의 강풍을 타고 산불은 밤새 번졌다.

◇ 강원지역=오전 5시40분쯤 강릉시 옥계면 산계리 속칭 금단이골에서 산불이 발생, 산림 15여㏊를 태운 채 강풍을 타고 야간에도 낙풍.현내리 등 동쪽으로 계속 번졌다. 불이 나자 주민.공무원 등 1천여명과 육군 철벽부대 군인 5백여명, 그리고 산림청및 군 헬기 17대가 진화에 나섰으나 불길을 잡지 못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진화작업을 포기한 주민과 공무원, 군인들은 밤새 낙풍리 등 야산과 도로변에서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한 방어선을 치는데 주력했다.

또 오후 1시30분쯤 삼척시 도계읍 늑구 1리 야산에서 산불이 나 10㏊의 산림을 태우고 태백쪽 38번 국도를 넘어 향기리 방면으로 번졌다. 소방당국은 강릉 산불 진화를 위해 헬기를 모두 보내는 바람에 초기 진화에 실패했다. 불길이 잡히지 않자 당국은 오후 7시40분쯤 화재지역 인근의 삼척화약저장소에 보관하던 화약 17t을 동해시 삼성화약저장소로 옮겼다.

한편 경찰은 강릉산불에 방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날 새벽 산불지역에서 주민들이 봤다고 주장한 흰색 승용차를 수배했다.

◇ 경북.대구지역=오후 1시35분쯤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안리 뒷산에서 불이 나 임야 20여㏊를 태우고 계속 번졌다. 이 불로 주민 윤위선(57.여.금장2리)씨가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불이 계속 번지자 흥해읍 칠포1.2리, 오도1.2리, 청하면 신흥리의 1백여 가구 주민이 대피하는 소동을 벌였다. 또 7번 국도에서 칠포 및 월포해수욕장으로 통하는 지방도로가 한때 통제됐다.

경찰은 발화지점 인근 개사육장에서 가마솥에 개밥을 끓이다 산불을 낸 혐의(산림법 위반)로 이모(63.포항시 남구 오천읍 원리)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오후 4시50분쯤엔 대구시 동구 공산동 공산파출소 뒤 팔공산 기슭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밤새 번졌고 오후 4시13분쯤 영천시 임고면 고천리 야산에서도 원인 모를 불이 나 밤새 임야 10여㏊를 태웠다.

◇ 전국에 산불비상경계령=산림청은 이날 하루 동안 전국 20곳에서 크고 작은 산불이 줄을 잇자 오후 7시 산불비상경계령을 발령하고 각 시.도 등 모든 공무원의 비상근무를 지시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4월 중순까지 전국적으로 바람이 많이 불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며 "논두렁 태우기 등을 일절 금하고 가급적 등산도 자제해줄 것" 을 당부했다.

대구〓황선윤, 강릉〓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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