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여우대입학제' 또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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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연세대가 2002학년도부터 학교발전에 기여한 인사의 자녀에게 입학 혜택을 주는 '기여우대입학제' 를 도입키로 하고 16일 관계기관에 법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를 불허키로 했으며 교육 관련 단체들도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등 다시 기부금 입학 논쟁이 일고 있다.

◇ 기여우대입학제=연세대는 이날 청와대와 교육인적자원부에 '연대 발전을 위한 기여우대제 실시 계획안' 을 발송하고 기여우대입학제 도입을 위해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요청했다.

정원 외 특별전형 대상을 규정한 시행령 29조 2항에 '국가 및 사회 발전 또는 당해 대학 발전에 현저하게 기여한 자의 직계자손' 을 추가해 달라는 것. 현재는 농어촌 지역 학생과 외국인 등 여덟가지가 규정돼 있다.

연세대측은 기여입학과 관련해 최소한의 수학능력 기준을 마련하고, 교수와 학생대표 등으로 기여심사평가위원회를 구성하며, 기여 후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 혜택을 줄 방침이다.

이영선(李榮善)기획실장은 "기여우대입학제는 기부금과 대학 입학을 맞교환하는 기부금 입학제와 다르다" 며 "기여금은 교육.연구시설 확충과 장학금으로만 사용하고 기여금 관리위원회를 설치해 투명하게 관리하겠다" 고 말했다.

◇ 타 대학 동향=다른 대학들은 부작용을 우려해 연세대처럼 공식적인 건의나 대학 내부 토론을 하지 않고 있다.

고려대 관계자는 "1997년도부터 사립대의 재정 마련 차원에서 해외재단 펀드 유치와 더불어 기여입학제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 고 말했다.

이화여대 조형(趙馨)기획처장은 "능력이 아닌 기여에 의해 입학이 결정되는 제도는 우리 정서상 도입이 불가능할 것" 이라고 말했다.

◇ 교육부는 '불가' =교육부는 '도입 불가' 원칙을 재확인했다.

교육부 구관서(具寬書)대학지원국장은 "재산으로 대학에 기여한 사람의 자녀를 선발하는 것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학하는 학생들과 비교할 때 형평성에 어긋나고 단지 재정확보 수단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고 말했다. 전교조와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관계자들도 "입시 과열 상황에서 사회적 평등을 깨고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반대한다" 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현청(李鉉淸)사무총장은 "2002학년도에 도입하는 것은 무리지만 전제조건이 충족된다면 궁핍한 대학 재정에 숨통을 터줄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정원 외 입학자의 수학능력을 반드시 검증하고, 5~10년 전에 기여할 것을 명문화하며, 기여금만큼 국고지원액을 감축하는 체제가 갖춰지면 된다는 것이다.

강홍준.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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