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주의' 미국 전문가 시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방미(訪美)중 '포괄적 상호주의' 구상을 밝힘으로써 '상호주의' 가 남북관계의 화두(話頭)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상호주의 해석과 관련, 미국 버클리대학 석좌교수인 로버트 스칼라피노 박사와 주한 미국 부대사를 역임한 리처드 크리스텐슨(미 평화문제연구소)의 입장을 소개한다.

◇ 스칼라피노〓첫 단계에서 완벽한 상호주의를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특히 지금처럼 북한의 국제사회 편입과 경제개혁에 정책 초점을 맞출 때는 완전한 상호주의가 힘들다.

한국은 '전향적 상호주의(Progressive reciprocity)' 원칙에 기초해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은 남북간의 신뢰 형성을 통해 북한 당국자들로 하여금 경제문제와 전략적 문제가 서로 얽힌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해 점진적인 개방.개혁을 추진토록 하는 것이다.

◇ 크리스텐슨〓상호주의는 북한문제의 핵심개념이다. 상호주의를 적용하지 않고는 한국이나 미국 모두 국내에서 정치적 지지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다양한 유형의 상호주의가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초기단계에서 상호주의를 적용하기는 곤란하다.

마치 펌프를 가동시키자면 물을 몇바가지 붓듯이 일방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단계를 거쳐 서로 주고 받는 관계가 설정되면 전반적인 상호주의가 형성된다.

실제로 정책을 수행하다 보면 상호주의가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상호주의는 늘 시차(時差)와 잘게 쪼개진 순서에 따라 이뤄진다.

상호주의는 또한 등가물(等價物) 교환이 아닐 수 있다. 예컨대 안보카드와 경제카드를 맞바꿀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경제와 안보의 맞교환은 '뇌물'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따라서 가급적 안보와 경제이슈는 분리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인들에게 해외연수 기회를 준다거나 인도적 차원의 식량을 지원하는 경우에 상호주의를 적용하기는 힘들다. 상호주의는 '제눈의 안경' 같은 측면이 있다.

상호주의는 융통성과 일련의 기회를 제공하는 장치이지 결코 경직된 것이 아니다.

상호주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명한 인내' 가 필요하다.

세계은행을 비롯한 국제금융기구들은 북한이 시장경제와 개방조치를 취할 경우 북한에 상당한 금융지원을 해줄 용의가 있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 개혁조치를 취할 준비가 안돼 있다.

북한의 자발적 개혁을 기대하며 인내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최원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