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1·2인자 협력해야 권력 재창출하는데 근혜 섭섭함 많아 MB가 설득 어려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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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재활치료 중인 김종필(JP) 전 총리가 지난 2일 신당동 자택에서 중앙SUNDAY와 인터뷰를 했다. JP는 “여름엔 골프를 칠 수 있을 거야”라며 웃었다. [전영기 기자]

김종필(JP) 전 총리는 세종시 문제와 관련, “내가 보기에 MB(이명박 대통령)가 근혜(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거기 설득하기 어려울 거야. 섭섭함이 많아요”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중앙SUNDAY’와 한 인터뷰에서다. JP는 박근혜 전 대표의 4촌 형부여서 박 전 대표를 ‘근혜’라고 편하게 호칭했다. JP는 이날 서울 신당동 자택에서 중앙SUNDAY 기자와 만나 “(1·2인자가 협력하지 않으면) 권력을 창출할 수 없지. 그런 상식을 생각한다면 협조하면서 가야지”라고 강조했다. MB와 박 전 대표의 갈등 구도에 대해 “걱정스럽다”고도 말했다. 다음은 주요 문답.

-오세훈 서울시장은 보수 정권이 10년은 가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게 그렇게 갈 거요. MB 대통령에게 달려있는데 10년은 계속될 거야. 다음에 한 사람이면 벌써 10년인데 한 사람 가지곤 부족하지.”

-통일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인가.

“통일은 아직 멀었어. 갑자기 올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직도 희망이고. 다 죽게 된 놈이…. 근데 그런 놈이 오래갈 수 있어.”

-여권 일각에선 세종시 문제를 국민투표로 정리하자는 말도 나온다.

“글쎄, 그건 좀 걱정스럽데.”

-박 전 대표와 과거 여권의 2인자였던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영향력을 비교하면 어떤가.(이 대목에서 JP는 2002년 대선 때 비화를 털어놨다. 당시 JP는 자민련 총재였다)

“그분(이회창 후보)이 그때 나를 만나러 왔을 때 도와달라는 얘기를 했어야 했어. 설령 ‘나중에 생각해보니 곤란합니다’, 그런 한이 있더라도 말이야. 내가 도왔으면 이회창이 (대통령이) 됐지.”

-그땐 이회창 총재가 한나라당 후보 였다.

“(당시 이 후보 측에서) 나한테 손 내밀려고 당사까지 왔었어. 그런데 누군가 작용했어.”(그래서 이 후보가 연대를 단념하게 됐다는 뜻)

-그때 작용한 사람이 누구냐.

“지금도 박근혜 전 대표 주변에 있어. 근혜 가는 데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더만. 내가 보기엔 도움이 안 되는데.”

JP는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선전과 관련해 “완벽히 국제대회를 치를 만한 연습장이나 시합장이 있어야겠어. 대기업이 나서서 빙상의 전당, 김연아 콜리시엄을 만들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피겨 스케이팅 김연아 선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미울 정도로 아름답고 예뻐요. 아끼는 마음에서 내가 속으로 하는 말인데 이제 고거 하나 남은 경기(3월 세계선수권 대회) 있지만 그거 마치고…. 이젠 정상에 있으니까 더 올라갈 곳이 없거든. 잘못하면 내려갈 수 있어. 내려가서 그만두는 것보다 정상에 있을 때 아무 욕심 없이 거리낌없이 깨끗하게 내려와도 괜찮을겨.”

2008년 12월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JP는 요즘도 꾸준히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종합건강진단을 받았는데 오른쪽 팔이 불편한 것 말고 혈압·심장박동 등이 다 정상으로 나왔다고 말하며 “허허” 웃었다. 그는 자신의 천수(天壽)와 관련해 1960년 5·16을 모의하던 당시 당대에 유명한 관상가 백운학씨와 우연히 만났던 일화를 소개했다.

“백운학이가 나를 한참 쳐다보더니 ‘천하를 뒤집으려는데… 됩니다’라고 그러는 거야. 내가 ‘아니 여보 사람 죽이지 말라’고 딱 잡아뗐어.… 혁명 하고 내가 백운학을 데려다 저녁을 먹였는데 이번에도 ‘가만히 보니까 88세는 사시겠어요’ 그러는 거야.” JP는 올해 84세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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