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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샘] 출판·인터넷 만화 상생 묘책 없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8면

요즘 국내 만화 중 가장 인기있는 작품 중 하나인 천계영씨의 『오디션』. 격주간지 『윙크』(서울문화사)에 연재 중인 이 만화를 지난달 초부터 한 인터넷 만화사이트에서도 연재하고 있다. 잡지가 나온 지 5일 후면 인터넷에서 동일한 내용을 공짜로 볼 수 있다. 그러니 "이런 식이면 누가 잡지를 사겠느냐" 는 우려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출판사 측은 "『오디션』의 영향이 일파만파로 퍼질까 두렵다" 고 말했다. 잡지에 연재되는 10여 개의 작품 중 인기작 3~4개만 빠져나가도 잡지는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는 것.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저작권이 따로 인정되므로 원칙적으로 작가들은 잡지 연재와 상관없이 인터넷에 연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볼 때 온라인.오프라인 동시 연재는 결국 '제 살 깎아먹기' 다.

반면 만화가들은 출판만화계의 어려운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할 말이 많다. 벤처와 코스닥 열풍이 불면서 출판사들은 너도나도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었다. 수많은 닷컴 기업들이 그랬듯 뚜렷한 수익모델 없이 막연하게 "잡지 연재작 중 '장사 되는' 것을 공짜로 서비스하다가 차차 유료로 전환하면 되겠지" 라고 생각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저작권료 지급은 언감생심이었다. 단행본이 권당 수만부씩 팔리는 인기 작가라고 해도 "사업 초기니까 조금만 참아달라" 는 출판사의 읍소(□)에 마음이 약해지기 일쑤였다. 한 작가는 "저작권료 문제를 투명하게 정리하지 않는다면 '제2의 천계영' 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고 꼬집었다.

만화 콘텐츠의 제공이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면 이제는 새로운 룰이 필요하다. 온라인.오프라인 양쪽이 다 살 수 있는 '윈-윈' 의 룰 말이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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