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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를 준비하자] 2. 1백세 사회의 미래 자화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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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장면1> 2051년 3월 10일. 서울 시내 한 호텔 연회장에선 1백1번째 생일을 맞는 강준호 할아버지의 조촐한 가족 축하모임이 열리고 있다. 마치 30년 전인 2021년에 벌어지던 칠순잔치와 흡사하지만 그 사이 증손자가 자식을 낳아 4대 직계식구만 20명을 넘었다.

<장면2> 같은 날 다른 연회장에선 76세인 김인숙 할머니의 재혼식이 벌어지고 있다. 5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지내오다가 노인학교에서 새 할아버지(89세)를 만난 것. 이들은 '제2의 신혼살림' 을 양쪽 자식들이 장만해준 고급 실버타운에서 시작한다. 재산상속과 호적정리 문제로 양쪽 자식들의 반대에 부닥치던 50년 전의 황혼 재혼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2051년 3월 10일. 서울 시내 한 호텔 연회장에선 1백1번째 생일을 맞는 강준호 할아버지의 조촐한 가족 축하모임이 열리고 있다. 마치 30년 전인 2021년에 벌어지던 칠순잔치와 흡사하지만 그 사이 증손자가 자식을 낳아 4대 직계식구만 20명을 넘었다.

<장면2> 같은 날 다른 연회장에선 76세인 김인숙 할머니의 재혼식이 벌어지고 있다. 5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지내오다가 노인학교에서 새 할아버지(89세)를 만난 것. 이들은 '제2의 신혼살림' 을 양쪽 자식들이 장만해준 고급 실버타운에서 시작한다. 재산상속과 호적정리 문제로 양쪽 자식들의 반대에 부닥치던 50년 전의 황혼 재혼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같은 날 다른 연회장에선 76세인 김인숙 할머니의 재혼식이 벌어지고 있다. 5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지내오다가 노인학교에서 새 할아버지(89세)를 만난 것. 이들은 '제2의 신혼살림' 을 양쪽 자식들이 장만해준 고급 실버타운에서 시작한다. 재산상속과 호적정리 문제로 양쪽 자식들의 반대에 부닥치던 50년 전의 황혼 재혼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2001년 3월 현재 만 50세의 강준호씨와 26세 주부 김인숙씨의 50년 뒤 미래상이다.

2월 말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은 전국민의 7.4%인 3백54만명. 이런 추세라면 2022년엔 유엔이 규정한 고령사회(14%)로, 2032년엔 초고령사회(20%)로 진입한다. 초고령 사회에서의 노인은 소외된 계층이 아니라 당당한 사회의 주역이다.

한남대(http://www.hannam.ac.kr) 사회복지학과 임춘식(52)교수는 "초고령시대인 30년 뒤면 노인도 '젊은 노인' '중년 노인' '장년 노인' 식으로 구분되고, 급격히 늘어난 노인 인구로 사회구조와 삶의 행태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뀔 것" 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에 사는 조혜숙(44)주부. 그의 집은 3층 구조로 된 상가주택이다. 2층은 시부모(70, 68세)가 시할머니(87세)와 지내고, 3층에선 조씨 내외와 그의 딸.아들이 산다. 두세대씩 모여 살지만 잠자는 것만 빼면 식사를 비롯한 여가활동은 2층에서 함께 이뤄진다.

조씨는 "식사 등 필요할 때는 어른들과 함께 모였다가 평상시는 떨어져 생활해 4세대 모두 즐겁게 지내고 있다" 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3호선 약수역 인근에 있는 '시니어스 타워' 는 미래형 고급 양로시설의 전형을 보여준다. 비싼 이용료(23평형, 2인 기준으로 전세보증금 2억4천만원에 월생활비 55만원)가 부담되지만 총 1백44가구에 1백6세부터 66세 노인 1백72명이 식사는 물론 의료까지 모든 것을 편안하게 해결하면서 노후 생활을 즐기고 있다.

70, 80대 노인들은 현재처럼 무료함을 달래려 경로당을 찾을 처지가 못된다. 북부노인종합복지관(bookbu@nailinfo.com)박준기(42)과장은 " '젊은 노인' 에 속하는 이들은 정년퇴임 후에도 재취업 교육을 받고 노인복지공장 같은 곳에서 일해야 할 것" 이라고 전망하고 "그래야 자식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연금만으로는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다" 고 덧붙였다.

고령인구의 증가는 산업구조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수족노릇을 할 로봇형 휠체어, 노인들의 무료함을 달래줄 노인용 전자게임기나 인공지능 애완견 등 다양한 실버상품이 등장한다. 시내 한복판에 노인용품만 파는 백화점이 들어선다.

보험에는 부동산을 담보로 해 여생까지 고급 노인전용 시설에서 모시거나 생활비를 매월 지원해 주다가 사망 후에 담보 부동산을 처리하는 여생보장보험이 생긴다. 갑작스런 사고사나 임종 직전 판단이 흐려질 것에 대비, 유언을 만들어 보관해 주는 유언뱅크도 선보일 전망이다.

이밖에도 황혼 재혼상담소.노인음식 배달점이란 신업종이나 실버시터 같은 새로운 직업이 등장하는 등 노인관련 산업이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최근 일본 통산성 산하 산업구조심의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39조엔 규모인 일본의 노인산업이 2025년에는 네배 가까운 1백55조엔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노인인구가 늘어나면서 노인당(老人黨)이 등장해 노인연금 증액 등 노인 복지정책을 이끌어가는 등 노인들이 정치세력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으론 인구의 역(逆)피라미드화로 인한 사회적 부담과 빈곤 노인층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한국노인문제연구소(http://www.gerontological-institute.or.kr) 박재간(78)소장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부양에 지친 자식들이 노인을 거리로 내쫓는 미래형 고려장(高麗葬)이 늘어날 것이며, 유병장수(有病長壽)로 과다한 의료비에 시달리는 노인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많을 것" 이라고 말했다.

유지상.이은주 기자

사진=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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