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소방관 '서러운 천국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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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서울 홍제동 화재 사건으로 순직한 소방관들은 국립묘지 안장을 위해 상당 기간 기다려야 하게 됐다.

"길게는 두 달이 걸릴 수도 있다" 는 당국의 말이다. 군인.경찰과 달리 까다로운 절차 때문이다.

소방관들은 오늘도 죽음의 현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사회적 보상은 크게 미흡하다. 비슷한 임무를 수행한다고 볼 수 있는 경찰이나 군인들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 부상.사망 때의 차이〓연금이 걸린 보훈혜택부터 차이가 난다.

군.경은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 법' 에 따라 전투는 물론, 교육훈련이나 사무실 등 직무수행 중 사망 또는 부상한 경우 보훈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다.

반면 소방관은 화재.구급.구조 현장에서 숨져야만 대상이 된다. 군.경과 달리 현장에서의 부상은 대상이 안된다. 교육훈련이나 사무실 격무 끝에 숨지거나 다쳐도 보훈 대상이 안된다.

순직 후에도 차이가 크다. 국립묘지령은 군.경과 달리 소방관을 안장 대상자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국가 또는 사회에 공헌한 공로가 현저한 자 중 사망한 자' 라는 판정을 받아야 한다.

이번에 희생된 소방관들도 유족이 10종류의 서류를 작성해 시.도 소방본부, 행정자치부, 국방부,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의 재가가 난 뒤에야 국립묘지에 묻힐 수 있다.

현역 군인의 경우 국방장관 승인만 있으면 되고 경찰은 두 종류의 서류를 갖춰 늦어도 한달 정도면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것과 대조된다.

◇ 형편없는 대우.장비〓위험하고 격무인 소방관의 월 수당은 위험수당 2만원.화재진화수당 8만원 등 모두 17만원. 1일 3교대의 파출소 경찰관에게는 위험수당 2만원.치안수당 17만원 등 39만원이 지급된다.

장비도 너무 옹색하다. 지난해말 현재 방수복 등 소방공무원 1인당 13개 필수장비 보유율은 62%다. 무선통신 헬멧은 4천개, 연기(煙氣)투시기는 5천6백개, 방사선측정 설량계는 1백63개에 그친다.

지급률이 1백%라는 방수복.방수모.방수화. 생명을 지키는 기초장비임에도 세트당 22만원짜리 싸구려다. 1백여만원이 넘는 튼실한 장비를 갖춘 외국과 비교된다.

때문에 부상이 잦을 수밖에 없다. 1995년 이래 7백35명의 소방관이 다쳤다. 이들은 국민연금관리공단의 경비로 기초치료만 받는다. 화상 후유증 등 성형외과적 치료비는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보훈병원과 경찰병원에서 후유증까지 전액 국고로 치료 받는 군.경처럼 소방관 전문병원이 세워지는 것이 일선 소방관들의 숙원이다.

고대훈.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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