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화순 부부 군수 vs 형제 군수 … 엎치락 뒤치락 2차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사연도 가지각색이다. 요지경 선거판이다. ‘부부 군수’와 ‘형제 군수’의 자존심 대결도 있고 절친했던 친구끼리 한판 승부도 있다. 직장 상사에게 도전하는 겁 없는 부하 간부도 있는데 개중에는 공직 근무 시절 상사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당한 게 억울해 명예 회복 차원에서 출사표를 낸 후보도 있다. 인정이나 체면 때문에 출마를 유보하거나 포기했던 미덕은 까마득한 과거 얘기다. 영원한 친구도 동지도 없다는 건 외교나 경제전선만의 일이 아니다.

전남 화순군수 선거는 국내 최초 ‘형제 군수’와 ‘부부 군수’ 간 한판이 될 전망이다. 이번 선거에 출마할 임호경(58)씨는 2002년 6월 군수 선거에서 당선했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1년7개월 만인 2004년 1월 군수직을 잃었다. 그러나 그해 6월 실시된 재선거에 임씨의 부인 이영남(54)씨가 출마해 당선돼 ‘부부 군수’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2006년 6월 지방선거에서는 이영남 당시 군수가 전형준(54)씨에게 패했다. 하지만 전씨도 선거법 위반이 문제가 돼 취임 80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그러자 그해 10월 실시된 보궐선거에 전씨의 동생인 전완준(51)씨가 출마해 이영남씨를 누르고 형의 자리를 승계했다. 국내 첫 ‘형제 군수’였다. 이번 선거에서는 피선거권을 회복한 임호경씨가 전 군수에게 도전해 부부 군수 명예 회복에 나선다. 한 주민은 “형제와 부부가 그간 두 차례 선거를 치르면서 쌓인 감정이 아주 많아 이번 선거에서도 벌써 신경전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전주시장 선거는 친구끼리의 접전이 예상된다. 후보자와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 등 4명이 모두 동기동창이다.

재선을 꿈꾸는 송하진 전주시장과 이에 도전하는 김희수 전북도의회 의장은 막역한 친구 사이다. 모두 전주고 48회(1971년 졸업) 출신이다. 두 사람은 어릴 적부터 전주 한옥마을인 교동에서 자랐다. 김 의장이 송 시장의 결혼식 사회를 봤을 정도로 가깝다. 하지만 6월 선거에서 정치생명을 건 한판 승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시장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주 지역 국회의원 세 명 중 두 명(정동영·장세환)도 전주고 48회다. 언론계 출신인 둘은 눈빛만 봐도 속마음을 헤아릴 정도로 친분이 두텁지만 시장 공천에 대해선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또 송 시장은 정 의원과 고교 시절 같은 서클에서 활동했다. 김 의장은 정 의원과 중학교 시절 한 반 친구였다. 사정이 이러니 전주고 동문들은 요즘 정치 얘기를 하지 않는 게 불문율처럼 돼 있다. 지지 후보를 놓고 서로 입장이 곤란해서다. 일부에서는 “고스톱을 쳐 이기는 사람을 밀어 주자”는 농담까지 오간다.

세종시 정국에 충남도지사 선거전도 달아오르고 있다. 현직 국회의원에 전직 장관, 야당 지도부가 도전 의사를 밝혔다. 노철래(미래희망연대)·박상돈(자유선진당)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힌 가운데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김대중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영입했다. 여기에 김학원(한나라당) 전 의원,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까지 출마 의사를 밝혔다. 충남에서는 “도지사 자리가 국회 의석 몇 개보다 더 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장 선거는 ‘명예 회복’ 선거전이 될 전망이다. 김용서(한나라당) 현 시장은 1월 권인택 전 팔달구청장을 수원시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협력관으로 인사 조치했다. 권 전 구청장이 시장 출마를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보고받고 징계성 인사를 한 것이다. 권 전 구청장은 결국 1월 21일 명퇴를 신청했고 한나라당에 입당하며 시장 출마를 통해 명예 회복을 벼르고 있다. 둘은 수원고 동문이기도 하다. 공직 시절 측근에게 발등을 찍힌 상관도 있다. 양대웅 서울 구로구청장은 자신과 함께 일했던 이성 전 서울시 감사관의 도전장을 받았다. 양 구청장은 민선 3기 구청장에 당선된 2002년 7월부터 서울시 시정개혁단장으로 일하던 이씨를 부구청장으로 영입해 4년간 구정 호흡을 맞췄다. 그러나 이씨는 이번에 서울시 감사관 자리를 내던지고 민주당에 입당해 구청장 자리를 노리고 있다.

장대석 기자, [전국종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