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곡의 향연, 건반 위에 흐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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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 고도브스키와 리스트·부조니의 편곡 세계를 각각 집중 조명하는 피아니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왼쪽)와 김수연씨.

피아노의 역사는 곧 편곡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축음기가 발명되기 전에는 인기있는 오페라 서곡이나 교향곡은 곧장 피아노로 편곡돼 낱장 악보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편곡의 과정만 거치면 오케스트라는 물론 가곡.실내악.바이올린곡 할 것 없이 피아노 한 대로 충분히 녹여낼 수 있었다. 오죽하면 피아노가 '음악의 용광로'라는 별명을 얻었을까.

음악회 프로그램에 두 명의 작곡자 사이에 하이픈(-)을 넣거나, 작품 제목에'패러프레이즈''회상''콘서트 아라베스크'등이 들어있으면 편곡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편곡의 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피아노 무대가 두 차례 열린다. 1990년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 우승자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와 89년 중앙음악콩쿠르 입상자인 김수연(세종대 교수)씨가 각각 꾸미는 이색 독주회다.

베레조프스키는 쇼팽 연습곡을 들고 나왔다. 폴란드 태생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레오폴트 고도브스키(1870~1938)가 피아니스트에겐 필수곡으로 자리 잡은 이 곡에다 초절기교를 보태 편곡한 곡들이다. 고도브스키 버전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곡'중 하나로 손꼽힌다. 쇼팽 원곡을 연주한 다음 고도브스키의'편곡'을 연주해 비교 감상하기에 좋은 기회다. 연습곡 작품 10개 중 제1~2, 4~6, 10, 12번과 작품 25중 제5번 등 8곡이다. 제5번 G♭장조는 C장조, a단조 등 2개 버전으로 옮겼고 작품 10의 11번과 작품 25의 3번은 아예 한 곡으로 연결시켰다.

김수연씨는 가장 유명한 바흐-부조니의'샤콘'을 비롯, 슈베르트의 가곡, 베르디의 오페라, 차이코프스키의 무용음악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피아노로 옮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 공연메모 ^보리스 베레조프스키=11월 13일 오후 7시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쇼팽-고도프스키'연습곡'. 02-541-6234.^김수연=31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슈베르트-리스트'보리수', 베르디-리스트'리골레토 패러프레이즈', 차이코프스키-플레트노프'호두까기 인형 모음곡', 요한 슈트라우스-슐츠 에블러'다뉴브강 왈츠에 의한 콘서트 아라베스크'등. 02-2265-9235.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 바로잡습니다

10월 26일자 19면 '편곡의 향연, 건반 위에 흐른다'에서 김수연 피아노 독주회의 개막 시간을 '30일 오후 7시30분'에서 '31일 오후 8시'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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