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집값 소폭 떨어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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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내년 주택시장은 약세장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경기 침체 속에 투기세력 근절을 겨냥한 정책과 한층 강화된 세제 등으로 투자 수요가 많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의 본격 회복은 2006년 이후에나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민간 연구소와 금융기관들은 내년 중 전국 주택(아파트)값은 적게는 2%, 많게는 5% 빠질 것으로 내다본다. 지난 21일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 특별법 위헌 결정으로 충청권 집값은 추가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투기억제책의 표적이 되고 있는 서울 강남권의 경우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심리적 안정효과는 거둘 수 있지만 하락세를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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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 충격 효과 계속될 듯=LG경제연구원은 내년 중 전국 아파트값은 3~5% 떨어지고 서울 강남권은 이보다 2% 포인트 많은 5~7%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물경기.정책.수급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악재가 널려 있다는 이유에서다.

연구원은"강남권 집값은 행정수도 이전 재료보다 규제의 영향을 더 받았기 때문에 이번 헌재 결정의 반사이익을 누리긴 힘들다"며"2007년 초까지는 하향 조정 국면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도 내년엔 주택 수요와 거래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가격은 3~4% 하락할 것으로 점쳤다. 홍순직 연구위원은 "피부로 느끼는 일부 지역 아파트값 하락 폭은 더 클 것"이라며 "다만 올해 말 조정 폭이 깊어질 경우 내년 평균 하락폭은 다소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도 올해와 내년 모두 서울지역 아파트값이 평균 3~5%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동석 연구위원은 "현재 진행 중인 주택시장 약세현상은 정책충격 요인에 따른 2년 정도의 단기 하락 국면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대우증권은 내년 중 주택값은 4~5% 하락한 뒤 3년 정도 약보합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신후식 수석연구위원은 "부분적인 거품 해소과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신경제연구소의 경우 전국 평균 주택값은 하락하겠지만 경기도 등 일부 지역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연구소 측은 "판교신도시 분양 효과로 분당 신도시 등 특정지역은 소폭 상승(2%)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는 "충청권의 경우 그동안 행정수도 이전 재료로 투기자금이 유입돼 거품이 형성된 만큼 값이 많이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장기 불황은 없다=최근의 집값 하락세가 일본식 거품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대우증권은"거품 정도가 지난 1990년대 초의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적고 정부가 부동산 연착륙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도 금융기관들이 주택담보대출 회수에 나서지 않는 한 장기불황을 유발할 만큼 주택가격 하락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신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지난 90년대 초보다 거품수준이 낮고 전국적인 현상이 아닌 서울지역에 국한돼 있어 붕괴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 투자전략은 어떻게=연구원들은 투자자의 경우 안정적인 임대수익이 예상되는 상품을 제외하곤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도세.보유세 강화, 세원 노출로 투자수익이 예전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실수요자 입장에선 인기지역에서 싼 가격에 분양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에 신규분양으로 내 집을 장만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법원경매.자산관리공사의 공매나 시세보다 10% 이상 싼 매물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대신경제연구소 권혁부 책임연구원은 "현재 주택값 가격조정은 가계부채 조정과 맞물려 있다"며"담보대출 만기는 올 하반기~내년 상반기에 집중되는데 내년 5~6월께가 매수 적기"라고 조언했다.

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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