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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션와이드] 비단잉어 양식하는 진천 농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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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농촌에서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1차 특산물을 꼽는다면 무엇이 선정될까.

농작물에서 찾으려 했다면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 관상어가 정답이다. ‘제대로 키울 경우’라는 단서가 붙어야겠지만 한 마리에 수천만원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족관에서 키우는 금붕어나 열대어가 아니라 연못에서 기르는 비단잉어가 그렇다.일본에서는 비단잉어 한마리가 1억엔,우리 돈으로 10억여원에 거래되는 예도 심심치 않다고 한다.

이쯤이면 ‘물에서 나는 노다지’가 아닐 수 없다.

충북 진천지역 농민들은 1990년대 초부터 관상어 양식을 했다.93년부터는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등 관상어가 이제는 어엿한 특산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진천의 관상어 양식 농가는 30여호.노지 양어장(논)과 콘크리트 수조, 보온시설을 갖춘 시설양어장이 23㏊와 1만2천여㎡나 되고 경매시설까지 있다.품질 면에서도 국내 최고로 평가받는다.

진천관상어영농조합법인(대표 許夏寧 ·43)은 올해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에 약 5억원 어치를 수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許씨 등 회원 5명은 올해 10억원을 공동 투자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시에 전시판매장(3천3백㎡)과 양어장(24만㎡)을 설치할 계획이다.

조합측은 우선 오는 10월쯤 현지에 전시판매장을 개장해 국내산을 수입,판매하고 내년 봄까지 치어방류지 ·부화장 ·축양시설 등을 갖춘 양어장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예상대로라면 2003년부터 연간 60억원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이 미국 투자까지 계획하는 것은 미국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또 20조∼30조원으로 추산되는 세계 관상어시장의 90% 이상을 휩쓸고 있는 일본을 추격하기 위해서는 공격적 승부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진천지역 관상어양식의 원조는 광혜원면의 방약수(58)씨다.70년대 초 부업으로 비단잉어를 기르기 시작한 그는 일본을 오가며 홀로 기술을 익혔다.

80년대 들어 본업으로 전업했지만 한동안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그러다가 90년을 전후해서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方씨의 기술지도가 밑거름이 돼 진천지역 특산물로 관상어가 자리를 잡은 것이다.

92년에는 농민들로 구성된 관상어양식협의회까지 발족됐다.진천군이 적극적으로 육성에 나선 것도 이 무렵이었다.2년 뒤 농민들은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었고 군의 지원을 받아 이월면에 경매장과 축양시설도 갖췄다.

이후 해외 주문도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호당 소득이 5천만원은 보통이고 1억원을 넘는 농가도 생겨났다.그러나 98년께 일부 농가 종어(種魚)에 감염된 바이러스가 이 지역 전 농가로 퍼져 한마리에 1천만원까지 호가하는 종어가 대부분 죽어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빚을 지면서까지 일본에서 종어를 수입하는 등 재기에 나서 성공했다.

진천군도 관상어의 명품화를 위해 99년에 관상어캐릭터인 ‘아롱이’를 제작해 홍보에 앞장서고 품평회 개최 ·사료구입 ·판로개척 등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충북도도 지난해 이 지역을 ‘농림축산물 수출단지’로 지정,올해부터 물류비를 지원해주기로 했다.

許씨는 “정원 문화가 발달한 일본같은 나라에서는 정부가 연못 조성을 적극 권장해 관상어의 국내 수요도 엄청나다”며 “우리나라는 자연조건이 우수하고 기술수준도 세계적이어서 정부가 수출전략품목으로 집중 육성하면 엄청난 외화벌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법인 사무실 043-536-7757.

진천=안남영 기자

그래픽=박경민 기자

<고급화 노하우>

비단잉어가 산란에서 상품화하기까지 최소한 1백10일이 걸린다.채란과 부화,선별 등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채란은 매년 4월말부터 5월초까지 이뤄진다.알을 밴 종어 암컷 한마리와 수컷 2∼5마리를 섭씨 30도의 산란조(散亂槽)에 함께 넣어 신방을 차려준다.

수정된 알은 부화조에 옮겨져 20도 이상의 물에서 4∼5일 지나면 저절로 부화한다.5∼7㎜의 자어(子魚)가 수백만마리씩 태어난다.달포 후 자어가 5∼7㎝ 가량 자라 어느 정도 무늬가 나타나면 상품화 여부가 결정된다.합격률은 20∼25%선.나머지는 닭 사료로 쓰인다.

이때부터 양식농가의 노하우에 따라 비단잉어의 상품가치는 천차만별로 벌어진다.색상을 내는 데는 색상사료를 쓰지만 어분 등으로 만든 일반 사료와의 배합비율과 수온·수질에 따라 다양한 색상을 띠게 된다.색상이 선명하고 등쪽 무늬가 규칙적으로 대칭을 이룰수록 고품질로 친다.

두달 후 치어가 10∼15㎝ 크기로 자라면 출하되는데 B급의 수출단가는 3달러선.그러나 대부분의 비단잉어는 선적 전에 조합의 축양장에 옮겨져 몇달 정도 ‘화장’을 한다.

논의 흙탕물에서 자라다 보면 색깔이 흐린 게 보통이나 깨끗한 축양장에서 관리되면 상품가치가 훨씬 올라간다.

국내에서 2∼3년생 A급은 1백50만원에 거래되며 특A급은 3천만∼5천만원에 팔린다.

비단잉어는 하얀 바탕에 빨강무늬의 ‘홍백’과 빨강·검정 무늬의 ‘대정3색’,노란 ‘황금’,하얀 ‘프라치나’ 등 10가지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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