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결정에 승복하고 국정 쇄신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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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던 열린우리당에서 자성(自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헌재 결정에 승복하고, 이제는 국정 쇄신을 위해 노력하자"는 얘기들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정장선 의장 비서실장은 24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헌재가 내세운 '관습헌법'에 대해 여권에서 불만을 터뜨리고 있으나 헌재의 결정은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권이 재판 결과에 대한 승복을 미루는 듯한 모호한 자세를 취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국민투표를 하자거나 헌법을 개정하자는 것은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국민 대다수가 국정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도 우리는 국민 전체보다 고정 지지층을 대상으로 하는 정치에 비중을 두고 있지 않은지 모르겠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해 반성하고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자성론은 수도권 출신 의원이나 중도파 의원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정 실장과 함께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에 가담하고 있는 안영근 의원은 "정 의원의 문제 제기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9명의 헌재 재판관 중 8명이 수도 이전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은 그들이 보수적이어서가 아니라 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민심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국정 운영 기조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는 당 지도부에도 전달됐다고 한다. 충북 출신 의원들이 헌재 재판관 탄핵을 주장하자 당 지도부가 서둘러 "당론이 아니다"고 진화한 것도 당내의 자성론 등장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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