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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를 다지자] 51. 불법광고물 공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우리 주변의 전신주와 담벼락 가운데 성한 곳이 별로 없다. 더덕더덕 나붙은 각종 광고지가 짜증나게 할 정도다.

빌딩.상가 건물 내부도 광고 스티커로 어지럽다.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놓은 차량 문틈에는 광고지가 수북이 끼워져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나이트 클럽 등 유흥업소 광고엔 선정적인 모습의 여성 사진들이 버젓이 실려 있어 자녀들이 볼까봐 겁난다.

불법 광고물의 폐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직원들을 동원해서 이를 치워야 하는 각 행정기관의 인력과 예산의 낭비가 심하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한해 동안 수거한 불법 광고물만도 7백여만건에 달한다. 최근엔 아예 벽보 게시 전문회사까지 생겨 성업 중이다.

현행법상 벽보는 지정 게시판이나 벽보판에만 붙여야 하며 크기는 가로 40㎝, 세로 55㎝ 이내로 제한돼 있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3백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다.

그런데도 불법 광고물이 넘쳐난다. 물론 업주들 입장에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기 업소를 알리고 싶을 것이다. 지정 벽보판이 너무 적고 사람들 눈에 안띄는 곳에 있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또한 행정기관도 열심히 단속하지만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할 수 있겠다. 하지만 불법 광고물을 부착하는 업소들이 공인된 벽보판을 이용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보다 단속 위주의 행정을 펴온 것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는 없을까.

벽보판의 디자인을 통일하고 위치도 잘 선정하면 업주들의 광고효과를 높여주고 이를 통해 자치단체의 수입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위반을 계속할 때는 철저히 단속해 과태료를 부과하면 된다.

불법 광고물이 성행하는 가장 큰 원인은 '나하나쯤이야' 하는 의식과 '남들도 하는데' 라는 생각이다. 기초질서를 정착시키는 데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세련된 행정력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장영하 <디지털 로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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