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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보기] 우즈 왜 부진할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슬럼프에 빠진 것일까.

타이거 우즈가 미프로골프 닛산오픈에서도 그만의 날카로운 샷을 보이지 못했다.

5언더파 13위.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지난해의 그를 기억하는 팬들에겐 실망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우승보다도 지난해의 샷 감각을 되찾는 것이 더 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즈 주변에서도 "슬럼프가 아니냐" 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우즈 자신은 "내가 못치고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선수들의 실력이 향상됐기 때문" 이라며 슬럼프설을 일축한다.

기록으로 보면 올해 우즈는 지난해 초반과 별 차이가 없다. 악천후로 평균 타수가 다같이 높아진 닛산오픈을 빼고 올해 참가한 4개 대회에서 그는 평균 68.88타를 기록, 지난해 4개 대회 평균과 같다. 그러나 그는 이 스코어로 지난해 두 차례 우승했다. 따라서 올해 초 다른 선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져 우승하지 못했다는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40대의 노장 마크 캘커베키아의 등장, 보험 판매원을 하다 돌아와 36언더파(5라운드)의 신기록을 세운 조 듀랜트, 코스 레코드로 우승한 브래드 팩슨과 닛산오픈 우승자인 연장불패 로버트 앨런비 등 평소 우승 후보는 물론 강자 대열에도 끼지 못하던 선수들이 느닷없이 치고 올라오는데야 우즈로서도 해볼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사실 어느 스포츠에서나 무명 선수가 미친듯이 평소 실력 이상을 발휘하며 우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때는 강호들도 어쩔 수가 없다.

그러나 우즈의 슬럼프를 점치는 측은 무명들의 반란도 원인이지만 우즈 자신이 정신적으로 흔들리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그 예로 올해 초 우즈가 머리를 노랗게 물들였다가 다시 깎아버리는 등 갈팡질팡하던 모습을 들고 있다.

우즈가 이렇게 흔들린 이유는 그동안 사귀던 여자친구 조안나와 지난해 말 헤어져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즈의 아버지 얼 우즈는 조안나와 늘 붙어다니던 우즈에게 "한 여자만 사귀려하지 말고 여러 여자들과 사귀어 보고 배필감을 고르라" 고 충고했는데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영향력 하에 자랐던 우즈로서는 그의 충고를 거역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현재 조안나는 변호사가 되기 위해 고향인 필라델피아에 머물고 있다.

태국 태생의 어머니 쿨티다와 아버지가 헤어진 것도 우즈에게 악영향을 미쳤다. 평소 그린 주변에서 유명세를 이용, 젊은 아가씨들을 유혹해온 아버지 얼은 20대 아가씨와 사랑에 빠져 지난해 우즈의 어머니와 결별했다.

이밖에 시즌 초반 충분한 연습없이 드라이버와 퍼터를 교체, 샷의 리듬이 달라진 것이 슬럼프에 빠진 원인이라는 해석도 있다. 우즈는 앞서 출전한 네 경기에 종전에 쓰던 타이틀리스트 975B 모델 대신 새 모델인 975EFS 드라이버를 사용했으나 "반발력이 강해 다루기 힘들었다" 며 이번 대회에는 다시 옛 모델로 바꿔 들고 나왔다.

또 퍼터도 신형 스카티 카메론을 썼으나 공이 계속 홀 컵을 돌아나오는 등 스피드가 달라 애를 먹었다. 우즈가 초반 몇차례 대회에서 드라이버와 퍼팅이 안되더라며 푸념했던 사실을 상기하면 클럽 교체가 초반 리듬을 틀어지게 했고 이것이 슬럼프로 연결된 것이라는 해석이 그럴 듯하다.

권오중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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