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통령의 맛집] 한식 레시피 하나에 4천만원 들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상체질의학의 창시자 이제마는 치료보단 병이 나기 전에 예방을 중시했다. 특히 음식은 예방의 방편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자신의 체질에 맞는 음식을 먹음으로서 건강을 지킬 것을 강조했다. 이렇게 탄생된 것이 바로 ‘약선 요리’. 약선 요리사는 제철 식재료와 한약재 등을 활용해 먹는 이의 체질과 건강상태에 맞는 음식을 만든다.

한방과 한정식의 만남

한방건강도시를 표방하는 충북 제천은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3대 약령시장 중 한곳으로 태백산맥 일대에서 생산된 60여종의 약재를 유통하던 곳. 그 명성에 걸맞게 ‘약선음식’의 명가가 제천에 있다. “지역특색을 살리면서 전통의 맛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다보니 딱 약선 한정식이더라고요.” 한정식 ‘동궁’의 이문도 대표는 전통음식에 매력을 느껴 약선 음식을 배우기 시작했다. “막상 시작하려니 지식이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약선 요리 과정을 배우면서 전국 한정식 집을 다 취재했습니다. 먹어보고 분석하고 바쁜 시간을 보냈죠.”

레시피 하나에 4천만원 들어

한방과 한정식의 만남은 쉽지 않았다. 육수를 사용하는 음식이 많은 한정식에서 한약재의 냄새를 조절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한약재 냄새가 강하면 손님들이 싫어하세요. 그렇다고 너무 적게 쓰면 의미가 없고요. 약선음식 레시피를 하나 만드는 데 4천만원 정도가 들었어요.” 각고의 노력 끝에 음식의 끝 맛에 한약재의 풍미를 살리며 영양을 듬뿍 담은 레시피가 완성됐다. “운영하던 피아노 학원까지 포기하며 아내가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아내의 희생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죠.”

MB, “지역 특색을 살린 음식 힘 실어주고 싶다.”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궁정식’은 25가지의 한약재를 바탕으로 들야채 오리훈제, 우엉잡채, 3종 버섯들깨탕, 십전대보불고기 등의 20가지 음식을 맛 볼 수 있다. 특히 십전대보불고기는 숙지황, 감초, 천궁, 인삼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십전대보탕의 약재가 들어간다. “2006년에 이명박 대통령님께서 방문을 하셨어요. 저희 집 음식을 맛보시곤 제천에 이런 곳이 있었냐고 놀라시더라고요. 지역 특색을 살인 음식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고도 하셨죠.”

한복 입으니 요정으로 착각해

처음 선보인 약선음식이 자리 잡기까지 해프닝도 많았다. “한약재를 사용한 음식이라는 점에 손님들의 기대가 크셨나보더라고요. 드시고 나서 이삼일 후에 몸이 달라진 것을 못 느끼겠다고 오시는 분들이 계셨어요. 약선음식은 약이 아니라 몸을 보하는 음식인데.” 사건은 음식에 끝이 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전통을 강조하기 위해 전 직원이 한복을 입고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손님들이 저희 식당을 60~70년대 요정으로 착각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지금의 유니폼으로 바꿨죠.”

뉴스방송팀 강대석·최영기 기자

▶동영상 바로보러 가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