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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온 푸틴] 햇볕-경협 저울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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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6일 밤 한국에 도착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7일 김대중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본격 일정에 들어간다.

◇ 정상회담 의제〓한반도 안보와 한.러 경협이 주 의제다.

정부 당국자는 "김대중 대통령은 대북 화해.협력 정책 및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 이후 이뤄진 남북관계 진전을 설명하고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러시아의 '건설적인 기여' 를 요청하게 될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金대통령은 특히 4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날 푸틴 대통령에게 북한의 개혁.개방에 대한 러시아의 적극적 역할도 요청하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햇볕정책' 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건설적 역할' 을 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푸틴 대통령은 방한에 앞서 "북한과 과거와 같은 동맹관계 회귀는 없다" 고 밝혀 러시아가 한반도 정세의 불안요인이 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햇볕정책 지지에 대한 대가는 경제부문에 반영될 예정이다.

두 정상은 ▶한국의 대러차관 17억달러 가운데 7억달러를 원자재나 방산물자로 상환하는 문제▶경원선과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연결 사업▶나홋카 공단 건설과 이르쿠츠크 가스전 개발사업 등 양국 경제협력 강화 문제를 집중 논의한다.

대러차관의 현물상환은 사실상 마무리돼 최종적으로 어떤 방산물자, 즉 무기를 구입하느냐를 결정하는 단계에 와 있다. 특히 TSR 연결문제가 상당히 깊숙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되며, 두 정상은 이 사업을 추진할 '한.러 철도협력위원회' 와 러시아의 서울 철도대표부 설치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 행차가 '차르의 나라 러시아' 답게 거창해 화제가 되고 있다. 우선 규모가 압도적이다.

◇ 대규모 방한단〓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 정각 공항에 도착, 백영선(白暎善)외교통상부 의전심의관과 예브게니 아파나시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의 기내영접을 받은 뒤 트랩을 내려왔다. 검은색 외투 차림의 푸틴 대통령은 공군 도열병 20명의 호위 아래 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장관과 이재춘(李在春)주러시아대사 등의 영접을 받고 환영나온 한국 주재 러시아대사관 관계자 및 외교통상부 관계자들과 악수를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밤에 도착한 때문인지 아무런 도착 행사도 갖지 않았으며 트랩에서 내린 지 3분여 만에 미리 공수된 특수 방탄용 전용차에 탑승, 경찰차의 선도 아래 숙소인 신라호텔로 직행했다.

푸틴 대통령이 타고 다니는 전용차는 어떤 테러공격도 막아낼 뿐만 아니라 핵전쟁에 대비한 군사작전 지휘시스템을 갖추고 인공위성과의 통신도 가능한 만능차로 '달리는 크렘린' 이라고 불린다.

푸틴 대통령의 경호원과 수행원 등 40여명은 이 전용기보다 1시간 앞서 서울공항에 도착, 곧바로 세대의 버스에 나눠타고 숙소로 향했다. 이번 방한단은 모두 1백40여명으로 특별기만 5대나 동원된 매머드급이다.

한편 경찰은 '체첸 및 이슬람계열 테러위협' 을 이유로 한 러시아의 요청으로 경호등급을 국빈1등급보다 강화, 모두 1천3백여명의 경찰을 배치했고 대통령 주변 경호도 3중경호로 강화했다.

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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