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일본만화 캐릭터 2차공습 다가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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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1970년대 유행한 만화에 '동짜몽' 이라는 작품이 있었다. '동글짜리몽땅' 을 줄인 말인 동짜몽은 고양이를 변형한 로보트다. 배에 달린 주머니에서 비밀도구를 꺼내 어린이들을 즐겁게 해준다. '동짜몽' 은 하지만 아쉽게도 국산 만화가 아니다.

73년 일본 아사히 TV에서 방영을 시작, 지난 23일까지 1천6백여회를 기록하며 일본에서 최장수 캐릭터로 군림하고 있는 '도라에몽' 이 바로 그 '동짜몽' 이다. 극장용 장편은 80년부터 지금까지 22편이 나왔으며 동원한 관객 수만 6천만명이다. 캐릭터 상품 역시 30개가 넘는 업체들이 생산하고 있다. 그 도라에몽이 한국에 상륙한다.

국내 판권자인 대원 C&A는 올 4월 TV에 방영하고 연내에 캐릭터 상품 50여종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24일 밝혔다.

극장용 만화영화도 4차 대중문화 개방이 이뤄지면 개봉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처럼 출판만화-TV방영-극장개봉-캐릭터 상품 출시라는 '교과서' 대로 진행되는 셈이다. 캐릭터 하나를 연관산업으로 파생시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벌써부터 '포케몬' 열풍의 재판(再版)을 우려하는 것은 기우일 수 있다. 허나 '도라에몽' 을 보는 느낌은 씁쓸하다. 이미 국내 시장이 '포케몬' 으로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99년 출시된 '포케몬' 이 국내에서 올린 총 매출액은 8백억여원. 약 3백종의 다양한 상품이 한국 어린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웃집 토토로' 등 스튜디오 지브리의 캐릭터 상품은 아예 직수입돼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 캐릭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시장은 열리는데 대적할 무기는 없는 형편이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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