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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정장+구두+가방+액세서리…한 매장서 '원 스톱 쇼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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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멀티숍''메가숍''복합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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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다르지만 요즘 백화점.복합상가.패션쇼핑몰 등에 등장한 새로운 매장 형태다. 벌집 형태로 구성된 매장을 많게는 5~6개까지 합쳐 고객에게 '원 스톱 쇼핑'이 가능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밀리오레 유종환 대표는 "박스형 매장 중심의 1세대 쇼핑몰이 2세대로 진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유통업계가 궁리해낸 비책(秘策)이란 것이다.

22일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 2층의 '톰보이 메가 컨셉숍'에는 20대부터 50대 고객이 뒤섞여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기존 매장 2개를 터 만든 이 매장은 청바지나 점퍼 등 기존 제품뿐 아니라 가방이나 신발까지 취급한다. 판매 가격대도 중가 제품에서 올 가을에 새로 선보인 고급 브랜드인 '톰보이 뉴욕' 라인까지 다양하게 갖춰 놓았다.

가을시즌에 새로 선보인 이 매장의 월 평균 매출은 3억원대. 지난해 같은 기간 이 브랜드에서 올린 매출보다 26%가 훌쩍 뛰었다. 이 백화점 영캐주얼 의류담당 정동혁 팀장은 "매장의 판매 효율을 높이고 구미가 다양해진 소비자층을 잡기 위해 멀티숍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같은 층에 지난 8월 말 선보인 '메가 미샤'도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여성 정장과 수입 속옷을 함께 파는 이곳의 9월 한 달간 첫 매출이 지난해보다 23%나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 4월부터 청바지나 속옷 등 10곳의 멀티숍을 차례로 선보였다. 청바지 매장인 '블루 핏'에는 한 벌에 20만~30만원대의 수입청바지 브랜드가 10개나 모여 있다. 이 매장의 김종국 과장은 "평당 판매액이 개별 청바지 매장보다 30% 정도 많다"면서 "소비자의 취향이 변할 때마다 그에 맞는 브랜드 옷을 곧바로 늘리는 등 재고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실험적으로 지하 2층 매장에 10명의 디자이너 의류를 한곳에 모은 '신진 디자이너숍'을 열었다. 25평 규모의 이 매장은 비닐 소재의 재킷부터 부직포를 이용한 의상까지 개성있는 디자이너들의 의류를 품목당 3~4개씩만 팔고 있다.

이에 비해 패션쇼핑몰들의 멀티숍 추세는 좀더 과감하다. 서울 명동 밀리오레는 지난해 10월 기존의 박스형 매장을 통합해 10개의 멀티숍으로 재구성하는 실험에 들어갔다.

1년이 흐른 지난 22일, 이 쇼핑몰 3층의 '밀리(MIGLI)' 매장. '머리에서 발끝까지''귀엽고 여성스러운 스타일'이란 컨셉트에 맞는 품목은 모자부터 부츠까지 모두 모아놓은 매장이다. 평일 오후인데도 니트와 의류 소품을 고르는 20대 초반의 여성들로 북적였다. 조숙희 매장 매니저는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옷과 소품을 한 매장에서 모두 살 수 있어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며 "마네킹에 꾸며진 스타일대로 옷과 소품을 한꺼번에 사가는 손님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쇼핑몰의 멀티숍 매장들은 박스형 매장 5~6개를 합쳐 실평수가 6~9평으로 넓어졌다. 이 때문에 마네킹 등 디스플레이와 백화점식 인테리어가 가능해졌고, 옷을 입어볼 수 있는 '피팅룸'까지 갖춰 놓았다.

고객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보는 재미와 원스톱 쇼핑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밀리 매장에 들른 최현정(24.회사원)씨는 "칸막이로 막힌 박스형 매장에 비해 백화점처럼 옷을 직접 입어보고 구입할 수 있어 좋다"면서 "이 매장 저 매장을 돌며 가격을 비교하기 위해 발품을 팔지 않아도 돼 쇼핑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밀리오레 측도 1년간의 실험이 예상 밖의 매출 호조로 이어지자 최근 지하 1층에서 지상 3층까지 멀티숍을 80개로 늘였다. 또 현재 분양하고 있는 '신촌 민자역사 쇼핑몰-밀리오레'의 경우 한 층 전체를 아예 멀티숍으로 꾸밀 계획이다.

◆tip=가방이나 구두 등 액세서리는 전문매장에 비해 멀티숍이 취급하는 상품종류가 훨씬 적다. 또 소비자들은 충동구매를 조심하는 게 좋다. 계획에 없이 소품을 구입했다가 마음에 안 들 경우 환불하기가 쉽지 않다. 백화점의 환불.교환은 대개 구입 후 1주일 이내로 제한돼 있고, 쇼핑몰은 3일 이내에 교환만 가능하다.

정현목.홍주연 기자

◆ 멀티숍=여러개의 품목이나 브랜드를 갖추고 있다는 의미에서 '멀티(multi.여러개의)'와 '숍(shop.가게)'이 합성된 신조어. 한 청바지 매장에서 10여개의 브랜드를 팔거나 모자.신발.의류 등 다양한 품목을 한꺼번에 판매하는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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