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을 남북한 대화의 장으로 활용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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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몽골은 남북한을 포함해 동북아 모든 국가에 거부감을 주지 않는 거의 유일한 나라입니다. 한국은 그 전략적 이점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한국과 북한이 각종 회담을 울란바토르에서 여는 것은 어떨까요? 몽골은 최적의 대화 분위기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한·몽골 수교 20주년(3월26일)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담딘 뎀베렐(69·사진) 몽골 국회의장은 “2007년 6월에도 일본-북한 간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회의가 몽골에서 열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남·북한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몽골의 외교적 특성을 잘 활용하라는 얘기다.

담딘 뎀베렐 의장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몽골에서 대통령(외교·군사 담당)에 이은 국가 서열 2위다. 최근 서울을 방문한 그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몽골의 타반톨고이 석탄광산 개발에 한국 기업의 관심이 많다.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가?

“한국 러시아 중국 미국 일본 등 8개 나라가 제안서를 제출했다. 한국은 각 분야 여러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가한 것으로 안다.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타반톨고이 프로젝트는 광산개발뿐 아니라 도로·철도·주거단지 등 다양한 기반시설 개발 사업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업체 선발 기준은?

“기술·재정능력·호혜의 원칙 등이다. 몽골의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회사가 선정될 것이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유리한 입장이다. 석탄을 유연탄으로 만드는 가공공장과 철강공장, 광물수송, 철도·도로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한국 기업이 다른 나라 대기업과 협력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한국은 UAE(아랍에미리트) 원자력 발전소를 수주하는 등 이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이 있다. 몽골과의 협력 가능성은?

“몽골 국회는 지난해 핵에너지 사용에 대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이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만들고 있다. 몽골에 매장된 우라늄은 약 6만t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양국은 원자력 분야에서 협력할 게 많다.”

-한국에는 현재 약 4만 명의 몽골 노동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노동 현실은 어떻다고 보는가?

“이들은 한국의 경제경험·산업기술·한류문화 등을 몽골에 전파하는 ‘시장경제의 선구자’들이다. 이들을 매개로 한국은 몽골 시장경제의 선생님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몽골 노동자들을 봐달라. 그들이 산업 현장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동계약에 대한 양국 정부의 감시제도를 도입했으면 좋겠다. 한국 내 몽골 학생들이 모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글=한우덕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담딘 뎀베렐 의장=1992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줄곧 의정활동을 해 온 5선 의원. 여당인 몽골인민혁명당 소속이다. 2007년 복지·노동부장관으로 일한 뒤 2008년 국회의장에 선출됐다. 몽골에서 경제학(학사)과정을 마친 뒤 1977년 러시아로 유학, 모스크바의 사회과학원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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