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 강제해산 스케치] 저녁식사 틈타 기습진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19일 오후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에 대한 경찰력 투입은 노조원들의 방심을 틈탄 기습적인 해산 작전이었다.

경찰은 노조의 방어가 허술한 저녁 식사 시간을 이용해 15분만에 진입에 성공한데 이어 1시간30여분 만에 노조원 대부분을 공장 밖으로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노조원은 바리케이드를 친 채 불을 지르고 화염병을 던지는 등 격렬하게 맞섰으나 오래 버티지 못하고 서문과 동문.담장 등을 넘어 공장 밖으로 달아났다.

○…경찰은 오후 5시54분 헬기 2대가 농성 해제 촉구 방송을 하는 가운데 대형 포클레인 등 중장비 8대로 정문 옆 담장을 부수고 진입하는 것을 신호로 5개 출입문으로 45개 중대 5천4백여명을 일제히 투입했다.

경찰은 부녀자와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 여성 기동대 30여명을 구내식당 농성장에 투입해 부녀자 15명과 어린이 11명을 공장 밖 버스에 옮겨 타게 한 뒤 귀가시켰다. 일부 부녀자는 버스로 이동하는 도중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경찰의 대규모 병력 투입은 공장 곳곳에 인화 물질이 많아 해산 작전을 신속히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대형 화재에 따른 인명피해 등 불상사를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해산된 노조원 1백여명은 인근 부평구 산곡성당에 집결, 경찰력 투입을 항의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도 농성에 참여하고 있으며 경찰은 성당 입구를 막고 다른 노조원이나 시민단체 회원들의 합류를 차단하고 있다.

○…정부가 당초 예상을 깨고 농성장에 경찰력을 앞당겨 투입한 것은 사태의 조기 마무리를 통해 이번 농성이 노동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는 동시에 구조조정 의지를 확실히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부도가 난 기업의 인력 구조조정에서마저 밀릴 경우 정부가 추진 중인 부문별 구조조정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날 정리해고 통보가 거의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의 농성 참여가 예상보다 시들했고 군산.창원 공장도 정상 가동하는 등 동조 파업 열기가 낮았다는 점도 조기 투입의 한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군산.창원공장 노조는 20일 2시간.4시간씩 부분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으나 회사측이 파업 조합원들을 엄정 처리한다는 강경 방침을 밝혀 조합원 참여나 파업 강도는 미지수다.

대우차는 이번 경찰력 투입으로 인력 구조조정 문제가 매듭지어지면 관계사 통폐합 등 사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제너럴 모터스(GM).피아트 컨소시엄과의 매각 협상도 본격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영렬.정영진.엄태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