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11분 혈투 '결론은 무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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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 22일 수원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현대와 삼성 2차전이 10시 이후 새로운 이닝에 들어가지 못하는 규정으로 무승부를 기록하자 선수들이 맥빠진 모습으로 덕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서명곤/야구/2004.10.22 (수원=연합뉴스)

4시간 11분. 현대와 삼성은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 혈투를 벌였지만 승자는 없었다.

22일 수원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2차전에서 현대와 삼성은 8-8로 비겼다. 1승1무가 된 현대와 1무1패의 삼성은 대구로 자리를 옮겨 3,4차전을 벌인다. 7차전까지 4승 팀이 나오지 않고 3승1무3패가 되면 잠실에서 8차전을 벌이게 된다.

역시 맞수다웠다. 정규리그에서는 현대가 10승2무7패로 앞섰지만 이중 4승은 연장에서 거둔 승리. 그러나 이날 경기는 경기 개시 4시간이 넘으면 연장전에 들어갈 수 없는 규정에 따라 무승부로 끝났다.

삼성이 도망가면 현대가 따라가는 양상이었다.

삼성은 1회 초 현대 선발 정민태를 상대로 박한이와 김종훈의 연속 안타와 로페즈의 볼넷으로 만든 1사 만루에서 김한수가 좌익수 옆으로 빠지는 2루타로 2점을 뽑았고, 강동우의 내야땅볼로 3-0으로 앞서 갔다.

현대는 곧바로 1회 말 선두타자 송지만이 삼성 선발 호지스를 솔로 홈런으로 두들겨 타격전을 예고했다.

2회 초 삼성 타선에 다시 불이 붙었다. 강명구·박한이의 안타와 김종훈의 볼넷으로 1사 만루를 만들었고, 정민태는 강판됐다. 삼성은 바뀐 투수 오재영을 상대로 양준혁의 중전안타와 로페즈의 희생플라이로 다시 3점을 뽑았다.

현대는 2회 말 베테랑 김동수가 2점 홈런을 날려 호지스를 강판시키더니 송지만이 바뀐 투수 임창용을 홈런으로 두들겨 4-6으로 따라붙었다.

양 팀이 2회까지 뽑아낸 점수는 모두 10점. 경기 시작 시간인 오후 6시 기온이 섭씨 12.9도로 쌀쌀했던 탓인지 양 팀 선발 투수들은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두들겨 맞았다.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던 경기는 6회 초 삼성의 박한이가 우중간 펜스 상단에 맞는 큼직한 투런 홈런을 터뜨리면서 열기가 살아났다. 8-4의 점수는 삼성의 승리를 낙관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저력의 현대는 6회 말 3안타를 집중해 2점을 뽑은 뒤 7회 말 브룸바의 솔로홈런 등 3안타로 다시 2점을 추가해 8-8 동점을 만들었다.

김응룡 삼성 감독은 “4점까지 앞서갔던 경기를 잡지 못해 아쉽다. 권오준과 권혁 등 중간계투진이 플레이오프를 치르며 쌓인 피로를 풀지 못한 상태다. 아쉬운 마음은 빨리 접고 3차전을 준비하겠다. 3차전 선발투수는 김진웅”이라고 말했다.

김재박 현대 감독은 “질 뻔한 경기를 무승부로 마쳐 다행이긴 하지만 8회 만루 기회를 살리지 못한 점은 아쉽다. 정민태가 제 몫을 다해주지 못한 것도 아쉽다. 3차전 선발은 김수경을 내세워 반드시 이기겠다”라고 말했다.

수원=성백유·최준호·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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