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 칼럼] '다수'를 위한 병역문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올해부터는 징병검사 전과정과 병역판정을 전산 자동처리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정확.투명한 검사가 되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두겠습니다. "

지난 16일 오전 국방부 기자실. 올해 징병검사를 사흘 앞두고 실시된 사전 브리핑에서 병무청 관계자는 이렇게 다짐했다.

'신 시스템에 의한 2001 징병검사' 라는 제목이 말해 주듯 접근방식도 종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었다.

실례로 징병검사장에 다른 사람의 대리 참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검사 전 개인별 전자 신분인식카드를 발급, '해 줌으로써 '본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안도 개발했다.

적어도 징병검사 현장에서 발생되곤 했던 병역비리는 상당수 발 붙일 수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병역비리가 그나마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처럼 크고 작은 제도개선책이 만들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며칠 전 이승구(李昇玖)병역비리 합동수사본부장이 "지난 1년간의 수사를 계기로 병역의무를 돈으로 해결하려는 일부 잘못된 의식도 바뀌게 됐다" 고 평가했듯이 병역의무에 대한 인식도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여기서 한 가지 통계를 보자. 우리나라의 연간 현역 입영자수는 평균 22만여명. 이 가운데 지난 1년간 수사결과 합수반에 의해 적발된 병역비리자는 3백27명이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는 지금까지 불과 몇명 안되는 극소수 탈법행위를 단속.처벌하는 데만 온갖 행정력을 집중해온 것이다.

인간이 모여 사는 곳엔 늘 일정량의 일탈행위가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단속의 고삐를 늦추자는 건 아니다.

그건 그것대로 다스리되 99.9%의 정직한 병역의무 이행자들에게도 이제는 응분의 배려가 있어야 한다.

똑같은 국민의 4대 의무지만 납세의 경우 자기 사업해서 돈 잘 벌고 세금 많이 내면 국가가 훈장까지 준다.

하지만 아들 넷을 모두 현역으로 복무시킨 가장에게 국가는 과연 무엇을 주고 있나.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최소한 '군필자(軍畢者)가산점제' 나 '군복무경력 인정제' 정도는 법 제정이 이뤄졌어야 했다" 며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극소수를 상대로 한 억제책보다 절대 다수를 위한 사기진작책이 훨씬 효과적이다.

김준범 편집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