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첫 ‘지주회사 LG’ 출범 7년…매출 2배, 기업 가치는 4배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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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구본무(사진) LG그룹 회장은 현재 지주회사인 ㈜LG의 대표이사만 맡고 있다. 계열사 대표들은 모두 전문경영인이다. ㈜LG는 계열사 출자를 맡고, 계열사들은 사업에 전념한다. LG그룹이 이처럼 출자와 경영을 분리한 지주회사 체제로 접어든 지 1일로 7년을 맞았다.

지주회사 출범 이후 알짜 계열사인 옛 LG칼텍스(현 GS칼텍스)와 옛 LG건설(현 GS건설)이 GS그룹으로 분리되는 바람에 안팎에서 걱정도 있었지만, LG그룹은 6년 새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두 배로 늘며 우려를 잠재웠다. 정상국 ㈜LG 부사장은 “지주회사 체제의 성공은 무엇보다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과 이사회 중심 경영의 정착, 출자와 경영의 철저한 분리 덕분”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첫 지주회사=LG그룹의 지주회사 체제는 오랜 준비 끝에 이뤄졌다. 창립 50주년인 1997년 첫 구상에 들어가 2000년 7월 ‘21세기형 경영체제로의 개편 방안’을 발표하며 본격화됐다. 당시는 정부가 순환출자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고쳐 지주회사 설립을 유도하던 때다.

당시 실무진은 자회사의 증자나 법인 신설 때 지주회사가 모든 출자를 감당해야 하는 부분을 고민했다. 구본무 회장은 “계열사 최고경영자는 사업경쟁력을 높이는 데만 전념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지주회사 체제를 추진했다. 2003년 3월 LG그룹은 지주회사인 ㈜LG를 설립하며 국내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본격적인 지주회사 체제를 갖췄다.

◆네 배로 불어난 시가총액=지주회사 출범으로 지배구조가 투명해지고, 전문경영인의 책임경영이 강화되면서 LG그룹은 성장을 거듭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자·화학·통신 등의 계열사에 전념한 것도 지주회사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LG그룹 전체 매출액은 2003년 말 61조원에서 2009년말 125조원으로, 영업이익은 3조8000억원에서 7조6000억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주식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상장사 기준)은 19조1000억원에서 73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미국·중국 등 세계 15개 주요국에서 브랜드 인지도(조사 대상자 중 LG 브랜드를 알고 있는 비율)는 이 기간 14.1%에서 43.6%로 높아졌다. 2005년 GS그룹 분할이 원활하게 이뤄진 것도 순환출자 구조가 아닌 지주회사 체제였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지주회사 설립 이어져=LG그룹의 지주회사 설립은 다른 대기업들이 지주회사를 만드는 기폭제가 됐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04년 24개(금융지주사 포함)였던 지주회사가 지난해 9월 말 기준 79개로 늘었다. 대상(2005년)·SK(2007년)·일진(2008년)·두산(2009년) 등의 지주회사 설립이 이어졌다. STX그룹도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한국경제연구원 김현종 연구위원은 “지주회사 체제는 경영의 투명성과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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