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호 - 이달곤, 경남지사 맞붙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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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년 전 이맘때 한나라당 이방호(사진 오른쪽) 전 사무총장은 당내 총선 공천을 좌지우지하던 여권의 실세 중 실세였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이 여권 핵심부에 ‘공정 경쟁’을 요구하는 처지가 됐다.

이 전 총장은 1일 성명서를 내고 “한나라당 당헌·당규상 도지사 후보는 반드시 경선을 하도록 돼 있고 누구든지 경선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경남지사 경선에) 어떤 후보가 출마 선언을 하더라도 경선을 통해 끝까지 공정 경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총장은 “경남 지사에 출마하는 후보는 경남의 발전과 비전에 대해 확실한 소신을 가져야 하며 등 떠밀려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총장이 “등 떠밀려 나오는 후보”라고 지목한 인사는 이달곤(사진 왼쪽) 행정안전부 장관이다. 이 장관은 “당과 잘 상의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주위에선 출마를 기정 사실로 여기고 있다. 6월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일은 4일까지다. 한때 출마에 부정적이던 이 장관의 입장이 이렇게 바뀐 건 청와대를 포함한 여권 주류의 기류가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여권에선 18대 총선 공천 논란으로 친박계의 표적이 됐던 이 전 총장이 경남지사 선거에 나갈 경우 당내 계파 갈등이 부각돼 전체 선거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해왔다. 실제로 이들 중 일부는 사석에서 “이 장관이 친이계 단일 후보로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이 전 총장이 “이 장관은 지역 기반이 없는데 어떻게 선거를 치를 수 있느냐”고 공개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경남의 친이계 의원들은 청와대의 구상도 이해하지만 이 전 총장과 개인적 인연도 있어 난감한 표정이다. 친이계 한 초선 의원은 “어떻게든 두 사람이 경선에서 맞붙는 일은 피해야 한다”며 교통정리를 요구했다.

김정하·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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