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종수의 세상읽기

MB정부 2년의 진짜 경제 성적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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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청와대는 지난 2년간 MB정부가 이 정도로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은 주로 경제와 외교 분야에서 거둔 성과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MB정부의 잘잘못을 가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특히 경제적 성과를 평가하기에는 그간의 사정이 너무나 복잡하다. 사실 겉으로 드러난 지표만으론 MB정부의 경제 성적표가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다. 성장률은 뚝 떨어졌고, 일자리는 줄었다. 재정은 적자로 돌아섰고 나랏빚은 크게 늘었다. 그러나 임기 첫해에 터진 세계적인 금융위기라는 특급 변수를 평가 방정식에 집어넣으면 표면적인 숫자들이 전혀 다르게 해석된다. 성장률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상당히 선방한 것이고, 회복속도도 빠르다. 늘어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도 경기회복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는 바람에 빚어진 불가피한 결과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만하다. 오히려 좋아진 지표들도 많다.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늘었고, 외환보유액도 빠르게 회복됐다. 바닥을 찍고 올라선 주가도 그만하면 괜찮은 수준이다. 이처럼 엇갈리는 경제지표로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적 성패를 단정짓기 어렵다 .

그렇다면 경제지표나 여론조사 말고 MB정부의 경제적 성과를 측정해볼 방법이 없을까. 마침 자유기업원이 최근 흥미로운 조사보고서를 하나 내놨다. ‘이명박 정부 대선공약 이행의 시장친화성 분석’이란 보고서다. ‘경제 살리기’를 간판으로 내세우고 ‘비즈니스 프렌들리(시장친화적)’ 정책을 핵심공약으로 삼아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년간 그 공약을 얼마나 이행했는지를 따져보자는 것이다. 물론 ‘747 공약’처럼 시작도 해보기 전에 포기한 것도 있지만, 제도 개선 같은 공약들은 위기와 관계없이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 분야 공약의 이행 여부를 점검해보는 것은 MB정부의 성과를 측정하고 나머지 임기 동안 경제정책 방향을 가늠해 보는 유력한 잣대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분석방법은 이렇다. 우선 경제 분야의 주요 공약 35개를 추려 시장친화적 공약과 반(反)시장적인 공약으로 나누고, 각각 이행 여부를 확인해보는 것이다. 우선 35개 공약 가운데 시장친화적 공약은 26개로 반시장적 공약(9개)의 3배에 가깝다. MB정부가 출범 당시에는 확실히 친시장적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이행실적을 보면 반시장적 공약은 61.1%를 이행한 반면 시장친화적 공약은 42.3%를 실천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시장적 공약의 이행률이 월등히 높다. 출범 당시의 의욕과는 달리 시장친화적 정책은 추진 속도가 느린 반면, 반시장적 공약은 상대적으로 열심히 추진해온 것이다. 물론 시장친화적 공약과 반시장적 공약을 가르는 기준에 다소 자의적인 측면이 있지만 지난 2년 사이 MB정부의 정책기조가 바뀐 것만은 분명하다.


이는 촛불시위 사태와 금융위기의 영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집권 첫해에 벌어진 촛불시위는 MB정부의 정책의지를 극도로 위축시켰고, 그해 말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는 정책의 선택범위를 좁혀놓았다. 이런 가운데 집권 2년차에 MB정부가 내놓은 대안이 중도실용과 친서민 정책이다. 사실 이때부터 시장친화적 정책은 쑥 들어가고 공약에도 없었던 반시장적 정책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튀어나왔다. 세금과 과태료를 깎아주고, 교통사범을 사면했으며, 학자금 대출의 상환조건을 완화하고, 대형 유통업체의 진출을 막았다. 말이 중도실용이고 친서민이지 하나같이 반시장적인 정책들이다. 이런 정책들은 당장 정권의 인기와 지지율을 올리는 데에는 효과적이지만 알게 모르게 시장경제의 질서를 허물고, 종국에는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그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계층이 바로 서민들이다. 친서민으로 위장된 반시장 정책이 갖는 함정이다.


MB정부가 진정으로 경제를 살릴 생각이라면 초심대로 시장친화적 정책기조로 돌아가야 한다.

김종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