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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권하는 안티 사이트' 비판보단 비방에 열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특정 사안이나 인물을 비판하는 인터넷 '안티 사이트' 들이 무차별적인 비방과 욕설마당으로 변질되고 있다.

비판과 해학의 수준을 넘어 사이버 공간의 해악이 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당사자들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 안티 이수현 사이트〓지난달 30일에는 일본 도쿄(東京)전철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이수현씨에 대한 안티 사이트가 개설되기도 했다.

'삐딱한 시선' (http://www.freechal.com/outlook)이라는 이름의 이 사이트에는 개설 수시간 만에 수백건의 글이 올랐다.

한 네티즌은 "그가 숨진 장소가 2호선 신도림역이었다면, 우리가 그의 죽음에 이토록 열렬한 관심을 보일 것인가" "왜 그의 죽음을 가지고 난리법석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는 글들이 잇따랐다. 이 사이트는 비판이 몰리자 사흘 뒤 자진폐쇄됐다.

◇ 정치 패러디 사이트〓한 정치 패러디 사이트의 경우 특정인의 머리에서 피가 분출되는 동영상을 내보내는 곳도 있다.

유명 정치인들의 경우 대부분 패러디 사이트가 개설된 상태. 개설자의 의도와 달리 지역감정을 유도하고 반말과 야유를 퍼붓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 네티즌들의 우려를 낳고있다.

◇ 안티-안티 사이트〓폐해가 속출하면서 안티 사이트를 반대하는 사이트(j-groove.hiho

me.com)도 지난 연말 개설됐다.

'영화감독' 이라는 한 네티즌은 14일 이 사이트에 글을 올려 "연예인에 대한 무자비한 비방과 욕설을 퍼붓는 행동이 국민성에 문제가 있다고 말할 정도로 심하다" 고 지적했다.

◇ "명예훼손 대응하라" 〓경찰청 사이버 테러 대응센터 김영환(金永煥)경위는 "안티 사이트의 경우 피해자 자신이 직접 고소하면 명예훼손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면서 "건전한 사이트 문화를 위해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어기준(魚起準)소장은 "사이트 개설자들이 인터넷 사이트의 사회적 영향력을 감안, 지나친 욕설을 삭제하는 등 관리자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인터넷의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 고 강조했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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