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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살리기 '천도재' 연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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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리산을 살리고 지리산에 묻힌 영혼과 생명들의 넋을 달래는 '지리산 천도재' 행사가 1백여 범종교 시민.환경단체 공동주최로 16일부터 열린다.

천도재(薦度齋)란 망자의 영혼을 극락으로 인도하는 불교 의식. 불교식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개신교.가톨릭.유교.원불교 등 다른 종교계에 속한 단체, 환경운동연합.경실련.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까지 모두 1백여개 단체 대표들이 참여하고 있다.

'천도재 추진위원회' 상임공동대표도 이세중(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이종훈(경실련 공동대표).수경(스님.지리산살리기 국민행동 상임대표).이선종(원불교 천지보은회 대표).김지하(시인)등 종교인과 시민운동가를 아우르고 있다.

'천도재 추진위원회' 는 16일 오후 지리산 실상사에서 입재식으로 행사의 출발을 알린다.

이후 각 종교단체들은 1백일 기도에 들어가며, 연관 스님 등 일부는 17일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한다.

이어 5월초부터는 지리산 인근 주민들이 참여하는 '지리산 8백50리 순례' 가 열리며, 순례가 끝나는 5월 25일 본행사인 천도재를 올리게 된다.

16일 입재식에선 경실련 사무총장을 지낸 유재현 집행위원장이 경과보고를 하고, 김지하 시인이 발원문을 읽고, 각 종교계 대표들이 기도를 올리는 순서로 진행된다.

끝으로 문규현 신부가 '범종교인 청정국토선언' 이란 메시지를 낭독한다.

이같은 광범한 추진체가 구성될 수 있었던 것은 행사의 취지가 불교라는 단일 종교 차원을 넘어 생명.환경.상생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상임공동대표인 수경 스님은 "천도재가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대상은 해방공간과 6.25전쟁 와중에 숨져간 빨치산과 토벌대 등 무명의 원혼들, 나아가 지리산개발이라는 환경파괴 과정에서 스러져간 산천초목까지를 모두 포함한다" 고 말한다.

인간생명과 환경의 소중함을 강조함으로써 이데올로기와 이해타산으로 갈린 모든 사람들의 화해와 상생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그래서 행사는 천도재.기도회만 아니라 백두대간.지리산 종주라는 형식으로 진행되며, 종주 도중에도 중간중간 원혼을 달래는 의식이 열리게 된다.

이번 행사는 지리산댐 건설을 반대하기위해 만들어진 '지리산살리기 국민행동' 이 구심체가 돼 마련됐다.

국민행동은 지리산댐 반대운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운동을 확산, 전국민적 생명.환경운동을 벌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조직을 확산하면서 천도재라는 불교적 형식을 빌린 것이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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