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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동네 사람들 초청 온천욕·바비큐 파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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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1일 오후 9시쯤 울산 무룡산 중턱에 있는 외딴 식당 '들림집' 뒷마당.'짝사랑''네박자' 등 구성진 노래들이 목청껏 터져나오고, 캠프파이어 불꽃 주위엔 남녀노소 150여명이 막춤판을 벌였다.

이들은 이 식당 주인 김성만(65.(左)).이해진(58)씨 부부 초청으로 1박2일 여행을 온 충북 음성 꽃동네 부랑인시설 수용자이다.

김씨 부부는 이들 수용자 133명에게 현대중공업.현대자동차.SK 견학과 정자해변 나들이를 시켜줬고, 저녁에는 100근짜리 흑돼지 두 마리를 잡아 바비큐 파티를 열었다.

또 친구인 강동 해수온천탕 주인 박영덕씨에게 부탁해 온천욕도 시켰다. 김씨의 고향인 강원도 도민회 소속 20여명은 조퇴하고 달려와 이들의 손발이 돼 줬다.

김씨 부부는 이들 수용자를 식당 황토방에서 재운 뒤 22일엔 경주 불국사.석굴암 관광에 이어 반월성 마차까지 태워주고 점심을 챙겨 먹인 뒤 떠나보냈다.

꽃동네 수용자들을 인솔해온 김타데오(41)수사는 "이렇게 마음껏 바깥 바람을 쐬어 주기는 처음"이라며 "덕분에 시름시름 앓던 수용자들도 활기를 찾았는데 약효가 몇 개월은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의 이웃 챙겨주기는 8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7년 TV에서 자신의 고향인 원주에 있는 정신.지체 장애인 수용시설 '소쩍새마을'의 수용자들이 추위에 떨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연탄 100만원어치를 전해줬다. 그 뒤 해마다 추석.설이면 돼지 한 마리를 잡아 친구나 친척을 통해 익명으로 전달했다.

그래도 성에 차지 않자 지난해 이맘때에는 '소쩍새마을' 수용자 150명을 초청했다. 그 후 매년 서너 차례 불우이웃 100~200명씩을 자신의 식당으로 초대해 하루나 이틀간 마음껏 먹고 자고 관광하도록 해주고 있다.

지난해 추석 때는 식당 근처 공사판에서 일하는 필리핀 근로자 30명을 초청했다.

이들 부부는 "식당 주인으로 형편에 맞도록 했을 뿐인데…. 보내고 나면 늘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남죠"라며 쑥스러워했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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