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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시화호 '책임 떠넘기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시화호 담수화 계획의 백지화를 놓고 12일 아침 정부 관련부처가 보인 반응은 요지경의 행정을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먼저 시화호 건설의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 도시관리과 관계자는 "1997년 해수 유통을 시작하면서 시화호 담수화(淡水化.민물화)는 당시에 이미 포기한 것이고 이번 결정은 그것을 재확인한 것 뿐인데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무슨 문제제기를 하느냐" 고 말했다.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언론의 보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 다음은 계획 당시부터 농업용수의 필요성 때문에 담수화를 찬성했던 농림부. 농촌 용수과 관계자는 "담수화를 위해 방조제를 막은 것은 건설교통부와 수자원공사(당시 산업기지개발공사)다.

농림부는 방조제 막은 것과는 무관하다" 는 입장을 보였다. 책임이 없다는 건교부 관계자의 수준을 넘어서 농림부는 애시당초 관련이 없다는 얘기였다.

마지막으로 시화호의 환경영향평가를 맡았던 환경부. 수질정책과 관계자는 "96년 시화호 건설과 관련한 수질개선사업의 잘못이 감사원 감사에 지적돼 관련 공무원 등이 이미 징계를 받았다" 며 더 이상 책임질 일이 없다고 말했다.

8천3백억원을 들인 정부 사업에 대해 관련 3개 부처 어느 곳도 책임이 없다고 강변했다.

오히려 건교부는 예산낭비 문제에 대해 "방조제 건설로 방조제 안쪽 수위가 바깥쪽 보다 1m 이상 낮아져 간척.매립 작업시 들어갈 토사의 양이 크게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낭비는 아니다" 고 말했다.

환경부도 "필요한 환경기초시설을 설치했기 때문에 예산을 낭비한 것은 아니다" 고 주장했다.

그동안 시화호 문제로 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96년이후 고작 중하위직의 14명이다. 수자원공사 3명과 건교부 1명.환경부 7명 등이 그들이다.

그들이 오늘의 문제를 다 책임지란 말인가. 시화호 환경운동가 최종인(崔鍾仁.46)씨는 "정부의 정책 실패로 고기잡던 어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고 자기 땅을 지키기 위해 시위하다 구속까지 됐는데 이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하고 파괴된 갯벌은 어떻게 할 것이냐" 고 반문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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