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워치] 샤론을 찍은 진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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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지난 6일 실시된 이스라엘 총리선거에서 승리한 아리엘 샤론이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을 '원점' 에서 다시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그동안 벌여온 평화협상의 전면 백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극우파 샤론이 집권했을 때 중동평화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현재의 중동평화 프로세스는 1991년 11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중동평화 국제회의로부터 시작했다.

마드리드 회의는 평화협상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시리아.요르단.레바논과 벌이는 양자간 협상, 군비관리.난민.경제개발.환경.수자원 5개 분야에 대해 국제사회가 공동 참여하는 다자간 협상 두가지로 나눠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양자간 협상은 94년 이스라엘-요르단 평화조약 체결, 지난 여름 이스라엘군의 남부 레바논 철수로 절반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이스라엘-시리아 평화협상은 10년이 지나도록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은 아직도 넘어야 할 고비들이 숱하게 남아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은 ▶93년 9월 오슬로 합의(잠정자치에 관한 원칙 선언)▶94년 5월 카이로 협정(가자.에리코 선행자치협정)▶95년 9월 오슬로 합의Ⅱ(자치확대 합의)▶98년 10월 와이 리버 합의(점령지로부터 이스라엘군 철수)▶99년 9월 샤름 알 셰이흐 합의(협상기한 설정과 팔레스타인 구속자 석방)▶2000년 1월 이스라엘군 추가 철수 합의를 거쳐 현재 최종지위 협상만을 남겨둔 상태다.

최종지위 협상이란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의 통치형태를 최종 결정하는 것으로 ▶예루살렘의 지위▶유대인 정착촌 처리▶팔레스타인 난민 귀환▶영토 경계 획정▶안전보장 등이 주요 의제다.

지난해 7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미국으로 불러 캠프 데이비드 산장에서 14일간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양측이 팽팽히 맞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와중에 지난해 9월 28일 리쿠드당 당수 샤론이 동예루살렘의 이슬람 성지 알 아크사 사원을 무리하게 방문했고 이에 대해 팔레스타인인들이 항의하는 인티파다(봉기)가 일어났다.

지금까지 3백85명이 숨졌으며, 평화협상은 답보 상태다.

샤론은 자신의 돌출행동으로 평화협상을 난관에 빠뜨리더니 이제 평화협상 자체를 허사로 돌리려 하고 있다.

지난번 선거에서 샤론이 승리한 것은 이스라엘 국민들이 샤론을 지지한 것이라기보다 바라크에 대한 지지를 포기한 결과로 봐야 옳다.

이스라엘 선거 역사상 가장 낮은 59%에 불과한 투표율이 그 증거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민들의 7할은 아직도 평화협상을 지지하고 있다.

샤론은 자신의 '압승' 이 전체 유권자의 3분의1 지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책임있는 자세로 평화협상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우량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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