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트에 …' 현대 웃고 삼성 울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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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안타 수는 8대8로 똑같았다. 홈런은 오히려 삼성이 한 개 더 많은 2개. 그러나 현대는 기본기에 충실했고 짜임새가 있었다.

현대가 21일 수원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1차전에서 삼성을 6-2로 꺾고 먼저 웃었다. 지금까지 21차례의 한국시리즈에서 첫 판을 이긴 팀이 17번이나 우승했다. 2차전은 22일 오후 6시 수원에서 계속된다. 현대는 정민태, 삼성은 호지스를 선발투수로 내세웠다.

창(현대)과 방패(삼성)의 대결은 보내기 번트에서 승패가 갈렸다.

현대는 3회까지 1루 한번 밟지 못한 채 삼성 배영수의 빠른 공에 눌렸으나 4회말 브룸바가 해결사로 나섰다. 브룸바는 정면승부를 걸어온 배영수의 3구째 슬라이더를 끌어당겨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그리고 5회말 착실한 번트작전으로 승리를 불러왔다. 선두 5번 심정수가 몸맞는공으로 출루하자 6번 박진만은 보내기 번트를 했다. 공은 투수 앞에 떨어졌고, 배영수가 2루에 던진 공을 유격수 조동찬이 떨어뜨려 무사 1, 2루가 됐다.

그러자 현대는 다시 전근표의 보내기 번트로 1사 2, 3루를 만든 뒤 8번 김동수, 9번 채종국, 2번 전준호가 적시 안타를 터뜨려 한꺼번에 3점을 추가, 4-0으로 크게 앞섰다.

삼성은 6회초 3번 양준혁과 4번 로페즈가 랑데부 홈런을 터뜨려 2-4로 추격을 시작했다. 한국시리즈 사상 다섯번째 랑데부 홈런이었다.

삼성은 7회초 선두 조동찬의 좌전안타와 진갑용의 몸맞는공으로 무사 1, 2루의 기회를 잡았다. 분위기상 동점이나 역전도 노려볼 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삼성은 9번 김재걸이 스리 번트 실패로 아웃됐고, 1번 박한이가 병살타를 때려 기회를 놓쳤다. 이날 수원구장에는 2000년 한국시리즈 이후 4년 만에 1만4000석이 매진됐다.

현대 김재박 감독은 "오늘은 운이 좋았다. 배영수가 완벽하게 던졌지만 브룸바가 잘 쳐냈고, 삼성이 찬스를 놓쳤다. 우리 선수들이 준비를 잘했고, 생각대로 적중했다"고 만족했다. 삼성 김응룡 감독은 "(번트로) 보내줘야 할 때 못 보내준 것이 패인이 됐다. 김재걸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수원=성백유.최준호.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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