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수 "나 죽지 않았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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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수가 보인정산고 운동장에서 몸을 풀고 있다. 정영재 기자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오금동의 보인정보산업고.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운동장에 고종수(26.수원 삼성)가 나타나 몸을 풀기 시작했다. 지난 14일 수원에서 임의탈퇴 공시돼 개인훈련을 시작한 지 닷새째다. 고종수와 절친한 임근재 보인정산고 감독의 배려였다.

학생들이 그를 보기 위해 몰렸다. 어디선가 "고종수가 뭐 그리 대단한 선수라고 그래"라는 야유가 들렸다. 소리 나는 쪽을 흘낏 쳐다본 뒤 고종수는 묵묵히 몸을 풀었다. 몸이 좀 불어난 고종수는 축구부 1, 2학년생과 섞여 경기를 시작했다. 열심히 뛰었지만 볼은 몇번 잡지 못했다.

"오랜만에 맨땅에서 운동하니 고등학교(금호고) 시절이 생각나네요. 정말 열심히 해서 고종수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드릴 겁니다."

그러나 이 말은 지난해 일본 J-리그 교토 퍼플상가에서 퇴출돼 수원으로 돌아왔을 때도 했던 얘기다. 술을 좋아했던 옛 생활을 깨끗이 청산할 수 있느냐, 5kg 이상 불어난 몸을 정상으로 만들 수 있느냐가 과제다. 그는 26일부터 보인정산고의 주문진 합숙훈련에 참가한다.

이날은 고종수를 아들처럼 아꼈던 김호 수원 전 감독의 회갑이었다. 김 감독은 "종수가 맨땅에서 훈련하다가 무릎이 또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수원 안기헌 단장은 "본인이 반성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임의탈퇴를 해제하고 팀에 합류시킬 수 있다"고 못박았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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