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연기 - 공주 '토지거래 특례지역' 자동 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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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행정수도추진위원회 직원들이 21일 오후 심각한 표정으로 TV 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변선구 기자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결정남에 따라 신행정수도 건설사업과 이와 관련된 모든 법적.행정적 절차가 올스톱된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와 추진단이 그동안 취한 조치가 위헌 결정과 동시에 모두 효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경제정책의 운용 방향도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 사업 전면 중단=추진위가 취한 조치들은 위헌 결정 이후엔 효력이 없어진다. 대표적인 게 토지거래 특례지역 지정이다. 위헌 결정에 따라 '연기-공주지역'(충남 연기군 남면.금남면.동면, 공주시 장기면 등)은 특례지역에서 자동 해제된다.

그러나 투기과열지구나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은 특별법에 따라 지정된 것이 아니므로 이번 위헌 결정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물론 수도 이전이란 호재가 사라져 투기 우려가 없어지면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할 수 있다.

집행단계에 들어가지 않았더라도 특별법에 따라 정부 예산을 받아 작성된 각종 계획들도 즉시 중단된다. 위원회는 그동안 ▶신행정수도 예정지역 지정▶광역도시계획 추진 방안▶이전 기관 공무원 복지대책 등을 준비해왔다.

주요 국가 기관 중 중앙행정기관 18부4처3청(73개 기관)을 이전하는 방안도 서류로만 남는다. 정부의 신수도권 발전 방안,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 등 신행정수도와 관련된 다른 대책도 차질이 예상된다.

추진위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5월 21일 출범한 지 다섯달 만에 문을 닫는다. 추진위 산하 기관으로 실무를 담당한 신행정수도건설추진단도 함께 간판을 내린다.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된 추진위는 그동안 8차례 회의를 열어 입지 선정과 이전 기관 결정 등 신행정수도와 관련된 모든 일을 심의.의결해 왔다.

◆ 경제운용 파장=내년부터 대형 국책사업으로 건설경기를 활성화해나가겠다는 정부의 경제운용 방향도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크게는 새 수도 건설과 함께 경제자유구역-복합레저단지-기업도시-신도시 건설 등 건설경기를 되살릴 굵직한 사업들을 묶어 '한국판 뉴딜 정책'이라 불릴 경기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 어긋나게 되는 것은 물론 작게는 내년 예산안과 앞으로 5년간의 나라 살림살이를 담은 국가재정운용계획의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참여정부가 내세우는 지방 균형발전과 수도권 규제 완화,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의 정책도 추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자칫 경제정책 운용의 틀을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할지도 모른다.

수도 이전지에 대한 도시설계 현상공모비와 일부 용역비 등으로 쓰기 위해 내년 중에 배정된 관련 예산 121억원도 필요 없어졌다. 당장 내년 예산안을 다시 짜야 하는 것은 물론 중기재정계획에서 2008년까지 책정된 수도 이전 관련 예산 62조6000억원도 삭제해야 한다.

정부가 지난해 5월 이후 수도 이전을 위한 연구용역비 등에 쓴 37억8044만원은 허공에 날린 셈이다.

전주성 이화여대 교수는 "이번 결정이 단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불확실성을 증대시켜 악영향을 주겠지만 장기적으론 대형 국책사업을 신중하게 결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수도 이전 다시 추진하면=정부가 개헌 절차를 거쳐 수도 이전을 다시 추진한다면 그동안의 구상이 빛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경제적.사회적 비용은 훨씬 더 들어간다.

참여정부 임기 말까지 착공하려던 계획이 물건너간 데다 개헌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 그 과정에서의 갈등과 혼란에 따른 비용은 돈으로 따지기 어렵다.

홍병기.허귀식 기자 <klaatu@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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