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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 스님 일산 여래사에 뮤지컬극장 설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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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통도사 서울 포교당 구룡사와 일산 포교당 여래사 주지인 정우(頂宇)스님은 '극단 신시뮤지컬컴퍼니 후원회장' 이다.

스님이 웬 극단 후원을 하느냐고 의아해 하는 사람도 많지만 공연장을 찾아다니며 뮤지컬은 모두 관람하는 그의 적극성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여기에 뮤지컬 전용극장까지 세웠다면 그의 '뮤지컬 사랑' 의 정도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3일 일산 여래사 지하1층의 '신시씨어터' 를 연 정우스님이 본격적으로 극단을 후원하기 시작한 것은 1989년.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구룡사를 세우면서 극단 연습실과 사무실을 절 안에 입주시켰다.

"조계종 교무국장으로 있던 84년 세실극장에서 우연히 뮤지컬 '님의 침묵' 을 본 순간 압도됐지. 그 어떤 법회보다도 부처님 말씀을 정확하게 전달하더라구" . 그는 매일 극장을 찾았고, 안면도 없던 고 김상열 극단 신시 대표를 만나 극장과 사무실을 하나 마련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조계종 사찰마다 찾아가 할인권을 나눠주며 '님의 침묵' 을 보도록 권유한 것은 물론이다.

'종교는 예술의 일부고, 또 예술은 종교의 일부' 라는 것이 그의 지론.

"종교와 예술을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생각한다면 함께 사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거야. 형편이 조금 나은 편이 어려운 쪽을 돕고 사는 게 맞아" .

그의 말대로 연습장과 '신시씨어터' 사무실 운영비 뿐 아니라 작품제작에 필요한 모든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처음엔 절에서 시끄러운 록밴드 연주에다 '할렐루야' 합창소리까지 나자 주변에서 이상한 절이라고 소문이 돌기도 했다" 는 그는 "요즘은 지역주민들에게 문화시설도 개방하고 좋은 일 한다고 주위로부터 맣은 칭찬을 받는다" 고 소개 했다.

오랜 숙원사업인 '신시씨어터' 개관을 이룬 스님은 벌써 새 목표를 세워놨다.

1천~1천5백석 규모의 뮤지컬 전용극장과 불교와 전통문화를 연구.계승하는 문화대학원을 서울근교에 건설하는 일이다.

"절 짓는 것 보다는 예술사에 남을만한 지원사업을 하는 것이 보람이 있다" 는 그는 "당분간 극단지원과 함께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문화의 명맥을 잇는 사업에 전념하겠다" 고 밝혔다.

박소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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