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NTT도코모 "무선 인터넷 제국 꿈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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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일본은 지금 NTT도코모사의 'i모드' 라는 무선인터넷 서비스로 제2의 워크맨 신화를 꿈꾸고 있다.

1979년 출시된 일본 소니의 '워크맨' 은 옥스퍼드사전에 휴대용 녹음기라는 뜻의 일반명사로 등록될 만큼 성공을 거뒀다.

◇ 일본인의 생활을 바꾼 i모드〓한국이 한참 초고속 통신망인 ADSL을 집집마다 깔고 있던 99년 2월. 미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터넷 보급이 뒤져있던 일본에서 NTT도코모는 i모드라는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했다.

날씨와 은행거래.뉴스 등 간단한 정보서비스로 시작한 i모드는 곧 인기폭발이었다. 나온 지 2년도 안된 지난해 연말 현재 가입자가 1천7백만명을 돌파했다. 조만간 미국의 AOL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인터넷 접속서비스 업체(ISP)로 부상할 전망이다.

i모드의 성공요인은 다양한 콘텐츠와 싼 정보이용료. 사용자는 2.75달러 정도만 지불하면 인터넷에 쉽게 접속할 수 있고, 여기에다 내려받는 데이터 양에 따라 사용료가 결정되는 방식도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 이제는 세계시장으로〓NTT도코모의 세계화 전략은 야심차다. 지난해 12월 98억달러나 들여 세계 3위의 무선전화업체 AT&T와이어리스의 지분 16%를 인수했다.

앞서 5월엔 네덜란드의 최대 이동통신회사인 KPN 지분 15%도 유럽업체들과의 경쟁 끝에 45억달러에 인수했다. 대만 4위의 이동통신업체 KG텔레컴의 지분 20%도 5억3천만달러에 사들였고, 홍콩의 허치슨텔레콤의 지분 19% 매입에도 4억달러를 투입했다.

지금은 한국 최대인 SK텔레콤(지분 15%)과 텔레콤말레이시아의 지분 인수도 타진 중이다.

이런 결정의 맨 위에 다치카와 게이지(立川敬二.61)NTT도코모 사장이 있다. 미 MIT에서 MBA를, 도쿄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일본전신전화(현 NTT)출신으로 공기업 체질을 벗지 못하던 NTT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그의 세계화 전략으로 올 하반기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i모드 서비스가 시작된다.

◇ 저항하는 유럽.미국업체〓도코모의 해외진출은 현지 경쟁자들을 크게 자극하고 있다.

현재 가장 강력한 맞수로는 영국의 보타폰에어터치가 꼽힌다. 지난해 3월 독일의 만네스만을 인수한 보타폰은 지난해 말 중국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차이나모바일을 25억달러에 인수한데 이어 일본텔레콤의 제이폰 지분 26%를 사들여 도코모 견제에 나섰다.

이런 외형적 인수.합병보다 더 치열한 게 바로 무선인터넷 시장의 표준문제.

현재 유럽의 왑(WAP)진영과 일본의 i모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모바일익스플로러(ME)간 3각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당초 노키아 등 세계 5백여개 이동통신회사들이 모여 만든 무선인터넷 통신규약인 WAP이 앞서 나갔지만 지금은 i모드가 전세를 역전시키면서 경쟁은 가열되고 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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