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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적십자회담 '반타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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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31일 끝난 3차 적십자 회담은 이산가족 방문단과 서신교환 일정을 확정하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절반의 성공' 으로 마무리됐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타결을 공언했던 이산가족 면회소 개설문제가 장소문제를 둘러싼 양측 이견으로 다시 다음 회담으로 미뤄진 때문이다.

우리측은 면회소 개설을 관철시키기 위해 기존의 '판문점 고수' 입장에서 '판문점.금강산 복수(複數)개설' 이란 절충안을 내놓았지만 북측의 완강한 입장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공동보도문 작성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을 때 대표단 관계자는 "문안을 들고 오가느라 다리품만 팔았다. 북측이 정리해 온 문안은 한심한 생각이 들 정도" 라고 못마땅해 했다.

양측이 지난해 6월, 9월 회담 때 합의문을 발표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합의내용과 의견접근 사항을 담은 '공동보도문' 형식으로 발표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북측이 요구한 비전향장기수(출소 공산주의자) 추가 송환 문제에 대해 남측은 "그 문제는 적십자 회담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다" 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을 끌었던 생사.주소 확인과 서신교환 규모 확대 문제도 원칙에는 합의했지만 구체적 사항은 '4차 회담에서 협의.확정' 하는 선에서 다뤄졌다.

다만 3월 15일 각 3백명의 서신을 교환할 때 형식을 '편지' 로 하고 1~2장의 가족사진을 함께 보낼 수 있도록 한 것은 상봉위주의 이산가족 문제 해법을 서신교환 등으로 폭을 넓힐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한 것이란 평가다.

양측은 차기 회담 날짜를 4월 3일로 잡았지만 장소는 결정하지 못했다.

우리측은 잦은 정전(停電)과 통신두절, 난방조차 되지 않는 금강산의 열악한 여건을 지적했지만 '금강산 면회소' 개설을 겨냥하고 있는 북측은 입장을 바꾸지 않으려는 듯하다.

이영종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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