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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다임러 크라이슬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우리가 흔히 '벤츠' 로 부르는 메르세데스 벤츠는 전세계 어디에서나 최고의 승용차로 통한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미국이나 자동차 수출왕국 일본, 그리고 자동차의 고향 독일에서도 마찬가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벤츠 수집 취미는 유명하다.

벤츠의 족보는 좀 복잡하다. 1883년 최초의 휘발유 엔진을 개발한 고틀리프 다임러는 3년 뒤 오늘날 자동차의 원조인 4행정 4륜 자동차를 개발한다.

이를 기반으로 그는 1890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다임러 엔진제작회사를 설립, 1901년 최초의 메르세데스를 생산한다.

메르세데스란 이름은 다임러의 처남 딸 이름에서 따왔다.

비슷한 시기인 1883년 카를 프리드리히 벤츠는 '벤츠 운트 치' 란 엔진회사를 설립, 2년 뒤인 1885년 전기플러그를 사용한 최초의 3륜 자동차를 개발한다.

각각 독자적으로 자동차를 개발한 두 회사는 1926년 합병, 다임러 벤츠가 탄생했다.

이보다 1년 전인 1925년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는 크라이슬러사가 설립됐다.

GM과 포드보다 20여년 늦게 시작했지만 '기술의 크라이슬러' '역전의 명수' 란 별명을 들으며 미국내 3위 업체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98년 다임러 벤츠가 3백60억달러에 크라이슬러를 인수, 다임러 크라이슬러가 탄생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서로 독일군과 미군에 군수물자를 제공했던 악연 때문일까. 독일인과 미국인 사이에 티격태격 바람 잘 날이 없었고, 멀쩡하던 크라이슬러의 매출이 합병 후 급감했다.

결국 이 회사는 며칠 전 6개 공장을 폐쇄하고 2만6천명의 직원을 감축하는 내용의 고강도 워크아웃안을 발표했다.

벤츠와 크라이슬러의 강점만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 세계 최고의 자동차 메이커로 부상하겠다던 꿈이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끝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원인을 두고 여러 분석이 있지만 양국의 기업문화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권위적이고 원칙에 충실한 독일 경영진과 개방적이며 개인 중심인 미국 직원들간에 궁합이 잘 안맞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1대1의 대등한 합병이 아니라 벤츠가 크라이슬러를 '집어 먹은' 것으로 드러나 미국인들의 심기가 불편하다.

다임러 크라이슬러의 사례는 대우차 등 많은 기업을 해외에 매물로 내놓아 곧 외국 경영진을 자주 접하게 될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유재식 베를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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