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유럽 재정위기, 글로벌 소비심리에 찬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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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따뜻한 봄소식이 스멀스멀 들려오는 듯했다. 이제 추위는 다 갔다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갑자기 찬 공기가 확 몰려왔다. 다시 삭풍이 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꿈틀거린다. 이 영향으로 한국과 미국의 2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11. 한 달 새 2포인트 떨어졌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0월 117로 정점을 찍은 뒤 11월 113으로 내려앉았다. 이후 올해 1월까지 3개월 연속 변함없다가 이달에 다시 내려갔다.

현재의 경기를 보는 눈은 더 나쁘다. 현재경기판단 심리지수는 99로 전월의 105보다 6포인트나 떨어졌다. 지난해 7월(96) 이후 7개월 만에 기준선인 100 아래로 내려왔다. 소비자심리지수는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다. 100을 웃돌면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더 많고 100을 밑돌면 그 반대라는 뜻이다. 미국은 더 심하다. 민간경제조사단체인 콘퍼런스보드는 23일(현지시간) 2월 소비자신뢰지수가 46을 기록, 전달(56.5)보다 크게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4월 이후 최저치다. 전문가들의 예상치는 55였다. 이 지수의 기준치는 50이다.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지수도 지난달 25.2에서 이달 19.4로 낮아져 1983년 2월 이후 최악이다.

소비자들의 심리가 얼어붙는 것은 세계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은 금융위기 때 풀었던 돈을 서서히 거둬들이고 있다. 중국은 올 들어 지급준비율을 두 번 올렸다. 미국도 최근 재할인율을 인상했다. 출구 쪽으로 다가간다는 신호다. 유럽은 유럽대로 재정적자와 나랏빚으로 휘청댄다. 두바이의 사정도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다.

이런 상황이니 일자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갤럽은 미국의 노동 가능 인구 중 20% 정도가 실업 상태에 있다고 분석했다. 임시직을 포함하면 실업자는 3000만 명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일자리 사정도 좋지 않다. 1월 실업률(계절조정)은 예상치(3.6%)를 크게 웃돈 4.8%로 나타나 지난해 12월보다 1.2%포인트나 급등했다.

일자리가 늘지 않으면 수입이 늘기 어렵다. 당연히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향후 전망이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특히 국내의 경우 소비와 투자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생산활동도 개선 추세를 이어 가고 있다. 완만하지만 경기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1월 실업률이 높아진 것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해외 변수도 최악으로 치달을 것 같지는 않다. 중국이나 미국도 실물경기의 위축을 초래하면서까지 긴축정책을 펴기는 어렵다. 그리스 등 유럽 국가도 회원국의 도움으로 국가부도 위기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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